공포영화 시즌이 돌아왔다. 여름만 되면 오싹한 기운을 안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공포영화에 영화 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를 채비만 하면 된다.
이달부터 본격적인 개봉 계획을 가진 공포영화들은 ‘컨저링2’의 선전으로 일단 희망을 품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개봉한 ‘컨저링2’는 개봉 10일만에 110만 명의 관객을 돌파해 무서운 질주를 하고 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컨저링2’는 악령과 싸우는 로레인(베라 파미가)과 에드(패트릭 윌슨) 부부의 엑소시즘으로 극한의 공포를 그려냈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실제 사건의 사진과 영상, 녹음 내용 등을 들려줘 마지막까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쏘우’ 시리즈로 명성을 얻어 ‘인시디어스’ ‘애나벨’ ‘데모닉’ 등 공포영화로 특화된 제임스 완 감독의 짜임새 있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소시즘 영화의 원조격인 ‘엑소시스트’(1973)를 떠올린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컨저링2’는 ‘엑소시스트’와 마찬가지로 한 소녀에게 깃든 악령을 쫓는다는 설정이지만, 지금 봐도 섬뜩한 ‘엑소시스트’의 충격과 공포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다음 대기 순번을 받아 든 영화들은 어떨까. 예전의 흥행 코드를 반복하는 듯하지만 확인해 볼 필요는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통설을 깨줄지 말이다.
▦‘사다코 대 카야코’
기억하는가. 일본의 최강 공포영화로 손꼽히는 ‘링’과 ‘주온’의 그녀들을. 우물에서 살며 사람들을 홀리는 ‘링’의 사다코는 긴 머리를 들이민 채 TV를 뚫고 나오는 장면만으로 전 세계인에게 극강의 공포를 체험하게 한 주인공이다. 벽장 속에서 기괴한 소리를 내는가 하면 2층 계단에서 기어 내려오는 충격적인 모습의 카야코는 또 어떤가.
그런데 두 여인이 대결을 펼친다는 기막힌 설정의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바로 영화 ‘사다코 대 카야코’다. 공포영화 마니아들이라면 기다렸을 만한 영화다.
물론 전편보다 나은 후편을 내놓은 공포영화는 별로 없다. 일본판과 미국판에 배우 신은경이 주연한 한국판까지 쏟아졌지만 1편 ‘링’(1998)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었다.
‘주온’(2002)이라고 다르지 않다. ‘주온-원혼의 부활’(2009), ‘주온: 끝의 시작’(2014), ‘주온: 더 파이널’(2015)까지 개봉했지만 1편을 뛰어 넘는 속편들은 나오지 못했다. 실망만 안겨 줄 뿐이었다.
‘사다코 대 카야코’는 ‘링’속 저주의 비디오 영상을 통해 유리에게 위협을 가하는 사다코와 의문의 집 옆으로 이사온 스즈카를 괴롭히는 카야코를 잡기 위해, 아예 두 저주받은 영혼을 격돌시킨다는 내용이다.
과연 ‘세기의 공포 대결’이라는 영화 홍보 문구가 들어맞을 수 있을까가 궁금해진다. 일단 안심이 되는 건 ‘링’과 ‘주온’의 오리지널 제작팀이 뭉쳤다는 데 있다. 간곡히 바라건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나 ‘프레디 VS 제이슨’처럼 유치하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7월 14일 개봉, 15세 관람가(예정)
▦‘잔예-살아서는 안 되는 방’
‘1인 가구 절대 관람 금지’라는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들어도 죽고 말해도 죽는다’는 문구 역시 ‘링’과 ‘주온’을 합쳐 놓은 듯한 분위기도 풍긴다. 그래서 기대하게 되는 영화 ‘잔예-살아서는 안 되는 방’(잔예)은 ‘검은 물 밑에서’(2002)의 각본을 쓴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작품이다. ‘검은 물 밑에서’는 ‘링’의 감독 나카타 히데오가 연출을 맡아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었던 공포영화다.
특히 일본 공포 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오노 후유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해 흥미를 유발한다. 오노 작가가 나카무라 감독의 공포영화 ‘절대공포 부스’(2005)를 보고 그에게 영화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미개봉한 ‘절대공포 부스’는 DJ가 목을 매고 자살한 라디오 부스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방송을 하는 카츠마타 신고의 공포를 그린 영화다. 밀폐된 공간에서 섬뜩한 소리가 주는 공포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예상했겠지만 ‘잔예’ 역시 소리가 주는 공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혼자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들리는 기괴한 소리를 추적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괴담 소설가인 나(타케우치 유코)는 자신이 살고 있는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여대생 쿠보(하시모토 아이)의 편지를 받는다. 사연을 들은 나는 쿠보를 만나 그 아파트에 얽힌 사연을 추적한다.
두 사람은 예전에 살던 사람들이 이상한 소리를 듣고는 자살이나 동반 자살, 살인 등의 사건을 일으킨 것을 알게 된다. 결국 관객들은 두 사람이 사건을 따라가는 과정을 동행하며 앞으로 닥칠 공포를 즐길 준비만 하면 된다.
다만 ‘링’이나 ‘주온’ ‘착신아리’ 등 일본 대표 공포영화와는 다른 결말을 보여줬다는 한다. 또 다시 뻔한 일본 공포물은 보고 싶지 않아서다. 7월 7일 개봉. 15세 관람가.
▦‘앵귀시: 소녀의 저주’
‘엑소시스트’ 이후 지난 40년 간 영화 속에서 악령에 쓰인 소녀들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러나 ‘엑소시스트’의 레건(린다 블레어) 만큼 경악할 만한 비주얼로 충격을 준 캐릭터는, 장담컨대 없었다.
‘컨저링2’의 주디(스털링 제린스)에 이어 이번에도 레건에 도전하는 소녀 테스(라이언 심킨스)가 등장한다. 불안과 우울, 환각 등 정신 질환을 앓아온 테스가 안정 치료를 위해 엄마와 함께 새로운 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테스는 우연히 교통사고로 죽은 10대 소녀 루시의 추모비를 발견하게 된 이후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레건이 그랬던 것처럼 테스도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며 무한 공포를 겪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테스를 병문안 메이어스 신부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침대 위에 높게 떠오른 테스가 담긴 메인 포스터는 무시무시한 퇴마의식을 예상케 한다.
일단 포스터만으로 공포영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강력한 비주얼이 기대감을 상승시켜서다. 그러나 딱 하나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 포스터에 박힌 ‘엑소시스트를 잇는 오컬트 무비의 진수’라는 글귀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자신감인가. 6월30일 개봉. 15세 관람가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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