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직격탄을 맞고 있는 조선 3사의 거점인 울산과 거제시 주민의 경제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예금은 줄어드는 반면 대출은 늘고 있으며 부동산 거래는 뚝 끊겼다.
20일 한국은행 경남본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본사가 있는 경남 거제시의 은행 원화 예금은 작년 11월부터 넉 달 연속 감소해 1,084억원이 줄었다. 거제시 원화 예금은 작년 11월 말 1조7,269억원을 기록한 후 12월 1조6,553억원, 올해 1월 1조6,429억원, 2월 1조6,250억원, 3월 1조6,184억원까지 감소했다.
반면 대출은 증가세다. 거제시 예금은행 대출금은 작년 11월말 3조5,443억원에서 올 3월말 3조5,906억원으로 463억원 증가했다. 특히 상호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협 등 비 은행기관 대출금은 작년 11월 말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석 달 동안 825억원 늘었다.
이 같은 상황은 현대중공업과 그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있는 울산광역시에서도 역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울산지역의 3월말 원화 예금 잔액은 15조4,188억원으로, 전월인 2월(15조6,004억원)보다 1,816억원 줄었다. 반면 원화 대출금 잔액은 같은 기간 24조1,019억원에서 24조3,207억원으로 한 달 새 2,188억원 증가했다.
조선 3사가 있는 울산과 거제 등의 실업 한파가 본격적으로 여파를 미치면 은행권의 대출 증가, 예금 감소 현상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지역 실업률은 전년 동월보다 1.2%포인트 상승한 3.7%를 기록,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울산도 0.1%포인트 올랐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는 최근 확정된 자구계획안에서 앞으로 2년 반 동안 인력을 30% 이상 줄이겠다고 밝힘에 따라 실업률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소형 조선사와 협력업체, 해당 지역 내 자영업자까지 고려하면 실업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대출급증 등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다. KB주택가격동향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올 1월 2억5,363만원에서 5월 2억5,660만원으로 297만원 증가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523만원이 증가한 것에 견줘 집값 상승률이 절반가량 둔화한 것이다.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시의 아파트 매매는 1,489건으로, 작년 5월 2,893건에 견줘 절반가량(-1,404건) 줄었다.
거제시의 집값은 이미 작년 3월부터 1년 이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작년 3월 이후 올해 4월 말 현재까지 거제시의 주택가격은 1.06% 떨어졌고, 이 가운데 아파트값은 1.8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주택가격이 3.21%(아파트 4.34%), 지방도 2.44%(아파트 3.03%)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방 쪽은 전반적으로 집값 상승의 모멘텀이 없는 데다가 울산이나 거제는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앞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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