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지난해 팔린 미국산 수입차 대수가 일본 내 판매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차의 한국 판매량이 일본을 앞지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20일 한국수입차협회와 일본자동차수입조합 등에 따르면 포드, 크라이슬러, 캐딜락 등 미국 브랜드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역대 최대인 1만7,501대를 기록했다. 이는 1만4,623대에 그친 일본보다 3,000대 가량 많은 수치다.
작년 한해 한국에서 판매된 수입차 대수가 24만3,900대로 일본에서 팔린 수입차 32만8,622대의 74%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상당히 선전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브랜드 차량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1,359대로, 일본의 960대보다 42%가량 많았다. 올해 1∼5월 누계에서도 한국 내 미국 브랜드는 7,140대를 팔아 수입차 시장 점유율 7.7%를 기록한 반면 일본에서는 5,219대(점유율 3.9%)를 판매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차협회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한국GM이 해외에서 직접 들여와 팔고 있는 임팔라, 카마로 등의 판매량까지 추가하면 일본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한국GM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가입해 있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원사이다 보니 이들 차량은 명백한 수입차임에도 판매 실적은 국산차 통계에 포함된다. 따라서 '무늬만 국산차'인 이들 차량까지 합치면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미국 브랜드 차량은 2,222대에 달하게 된다. 이는 일본 내 미국차 판매량의 2.3배를 웃도는 것이다.
미국차의 국내 판매량이 일본을 추월한 것은 한국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미국차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기 이전인 2011년 미국차의 국내 판매량은 8,252대로, 일본(1만1,440대)의 72%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2년 3월 한ㆍ미 FTA 발효와 동시에 미국산 자동차들의 수입관세율이 종전 8%에서 4%로 낮아지면서 미국 브랜드의 국내 판매량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관세율은 지난해까지 종전처럼 2.5%로 유지되다가 올해 미국차 수입관세율이 0%로 내려가면서 같이 0%로 낮춰졌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에서 미국차 판매량이 일본을 앞지른 것은 한ㆍ미 FTA 효과 때문"이라며 "올해부터 양국간 자동차 수출입 관세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미국차의 국내 판매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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