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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정신병과 안드레아 예이츠의 참극

입력
2016.06.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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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6월 20일

산후정신병 최악의 참극이 2001년 오늘 미국서 빚어졌다. 출산은 정신적으로도 위험한 일이다. 자료사진
산후정신병 최악의 참극이 2001년 오늘 미국서 빚어졌다. 출산은 정신적으로도 위험한 일이다. 자료사진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가 만든 의학정보사이트는 산후 여성들이 겪는 정신적 이상 증상을 경중에 따라 세 단계로 분류한다. 산후우울감(postpartum blue)과 산후우울증(- depression), 산후정신병(- psychosys)이다. 산후우울감은 출산 직후 산모의 약 85%가 겪는 일시적 우울감으로 일상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지만, 산후우울증과 산후정신병은 위험한 질환이다. 특히 산모 1,000명 당 한두 명에게 나타나는 산후정신병은 불안과 분노ㆍ수면장애, 망상, 집중력 결여 등 증상과 함께 자살과 영아 살해 등 극단적인 결과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출산은 정신적으로도 무척 위험한 생명활동이다.

2001년 6월 20일, 10살도 안 된 다섯 아이를 욕조에 빠뜨려 살해한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37세 주부 안드레아 예이츠(Andrea Yates)가 앓던 병이 산후정신병이었다. 그의 사례는 여러 모로 전형적이었다. 1964년생 예이츠는 고교 시절 수영팀 주장이었고, 82년 학급 졸업생 대표였다. 10대 시절 폭식증 등 정신질환을 앓은 적 있지만 증상이 심각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텍사스대 간호학과를 졸업해 앤더슨 암센터에서 일하던 무렵 동갑인 엔지니어 러셀 예이츠를 만나 93년 결혼했다. 아이는 생기는 대로 최대한 낳자는 약속대로 둘은 94년 첫 아들을 낳은 이래 2001년까지 모두 다섯 아이를 낳았다. 우울증이 시작된 것은 1999년 넷째를 출산한 직후였다. 몸을 떨고 손가락을 깨물곤 하던 안드레아는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자살을 시도, 우울증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증상이 호전되면 퇴원하는 식으로 입ㆍ퇴원을 반복했고, 두 차례 자살 시도를 더 한 뒤인 99년 7월에야 산후정신병 진단을 받았다. 부부는 2000년 11월 막내 딸을 출산했다. 이듬해 3월 안드레아의 아버지가 숨진 뒤 그는 종교에 열정적으로 몰입했다고 한다. 당시 언론들은 그들 부부에게 영향을 미친 목사의 광적인 설교가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의사는 안드레아를 잠시도 혼자 두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사건이 나던 날 아침 남편은 살림을 돕던 어머니가 집에 오기 한 시간여 전 출근했다. 그리고 참극이 빚어졌다. 안드레아는 1심에서 40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2006년 항소법원은 그의 정신병을 인정, 병원에 강제 수용시켰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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