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설립된 크레모텍은 김성수 대표와 직원 2명으로 구성된 신생 혁신 기업(스타트업)에 불과했다. 5년이 지난 현재 크레모텍은 직원이 40여명으로 늘고 매출도 200억원에 육박하는 촉망 받는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 4월에는 대표 상품 ‘UO 스마트빔 레이저’로 일본 유통 전문 기업인 타이세이 익스프레스와 3억엔(약 31억 5,000만원)의 수출 계약까지 체결했다. 이처럼 크레모텍이 단기간 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크레모텍은 창립 당시 레이저 광원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기술만 갖고 뛰어들기에 시장의 벽은 너무 높았다. 상용화를 위한 응용기술과 장기적으로 성장성을 이어갈 만한 프로그램의 확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때 돌파구를 마련해 준 것이 바로 SK텔레콤의 대표적인 창업 지원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이하 리스타트)다. 2013년 리스타트 1기로 참여한 크레모텍은 SK텔레콤의 특허와 연구개발(R&D) 전문인력,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받기 시작했다. 레이저 광원을 사용해 고화질(HD) 해상도를 구현하는 크레모텍의 초소형 프로젝터 UO 스마트빔 레이저가 시장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SK텔레콤은 크레모텍에 광학기술이 초소형 휴대장치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술 구현에 필요한 특허 9건을 제공했다. 특히 SK텔레콤 사업부서의 기획 전문가 등이 참여해 공동 개발한 것이지만 지적재산권은 오롯이 크레모텍이 갖도록 했다. 공동 R&D 과정은 시간이 지나며 가시적 성과로 이어졌다. 2015년 5월 세계 최초 레이저 광원에 기반, 기존 기술보다 2배 밝고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는 초소형 빔 프로젝터가 출시됐다. 캠핑용, 가정용, 업무용 빔 프로젝터로 입소문을 타고 출시 한달 만에 판매량 3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김성수 크레모텍 대표는 “처음엔 너무 힘들었는데 SK텔레콤의 파트너가 돼 체계적 지원을 받으면서 급성장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지원은 기술 상용화와 제품 출시에 그치지 않았다. 세계가전박람회(CES)와 세계최대모바일전시회(MWC)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국제 전시장에 크레모텍의 부스를 마련했다. 글로벌 시장 관계자와의 협력을 주선하고 수출 판로 확보를 지원했다. 일본 타이세이 익스프레스와 3억엔 규모의 판매 계약을 맺은 것 역시 지난 4월 SK텔레콤 지원 아래 참가한 홍콩춘계전자박람회(HKEFSE)에서 달성한 결과물이다. 크레모텍은 2015년 12월 ‘대한민국기술대상’과 2016년 1월 ‘CES 이노베이션 어워드’ 등을 수상하면서 기술력과 제품의 우수성도 인정받았다. SK텔레콤은 경영권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직접 지분투자를 진행, 크레모텍의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외부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크레모텍의 성장을 도운 리스타트는 SK텔레콤이 창조경제의 벤처 활성화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이다.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위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의 창업 과정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2013년 7월 1기 출범 후 올 상반기 4기까지 총 50팀을 선발했다. 지난 1월말 선정된 4기 업체 12곳 중 3곳은 리스타트 프로그램 입성 3개월 만에 솔루션 판매와 공급계약 체결 등의 성과를 거뒀다. 3개 업체의 올해 매출 규모는 8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SK텔레콤의 예상이다. 이중 음향 업체 래드손은 LG전자의 블루투스 헤드셋 ‘톤플러스’에 음질 개선 등 자체 기술을 적용시키고 일본 유명 헤드폰 업체 오디오 테크니카의 신제품에도 솔루션을 넣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특허를 스타트업의 사업화를 위해 제공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허를 활용한 사업화는 SK그룹이 대전시와 함께 운영 중인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대전센터)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전센터는 크레모텍과 같이 기술창업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특허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한 상태다. 창업과 사업화에 필요한 특허를 쉽게 찾아보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특허 풀(pool)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정보통신ㆍ반도체ㆍ전기전자ㆍ에너지ㆍ화학 분야 4,200여건의 특허가 들어있다. 대부분이 SK그룹과 국내 연구소, 대학 등이 제공한 특허다. SK텔레콤은 최근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학협력단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접촉을 강화하면서 상용화 가능한 특허 풀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재호 SK창조경제혁신추진단 단장은 “특허를 활용한 기술사업화 추세를 선도하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첨단 분야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특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협력관계를 맺고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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