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상, 가정용 공병 62% 회수
법적 지위 없어 수수료 협상 배제
23일 집회… ‘빈병 대란’ 우려도
“똑같이 빈 병을 반납했는데 수수료로 누구는 병당 28원을 받고, 누구는 18원만 받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경기 남양주시에서 20년째 공병수집상으로 일하며 서울 강북지역 빈 병을 수거하는 김모(56)씨는 요즘처럼 밤잠을 설칠 때가 없다. 15일부터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등이 수거된 소주, 맥주병을 주류업체로 반납하면 인건비ㆍ운송비 명목(취급수수료)으로 병당 28~31원이 지급되고 있지만, 김씨같은 공병상인들은 주류업체로부터 이보다 10~11원 적은 돈을 받기 때문이다. 주류업체에 따져도 “법적 기준이 없으니 주는 대로 받아라”는 말만 돌아왔다. 급기야 김씨는 “차별이 시정되지 않으면 빈 병 수거를 그만 두겠다”고 19일 말했다.
공병수집상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이유는 3일 정부가 발표한 빈 병 취급수수료 인상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환경부는 주류업계와 유통업계(도ㆍ소매상)가 빈 병 회수 취급수수료에 대해 400㎖ 미만일 때는 28원(기존 16원)으로, 400㎖ 이상의 경우 31원(기존 19원)으로 인상해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취급수수료는 업계 자율로 정하고 정부가 중재를 한다. 취급수수료가 인상되면 당연히 마트 등이 빈 병 회수에 적극적이 돼 회수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공병수집상들은 유통업체보다 더 많은 병을 회수하고 있다. 전국 120여곳의 공병업체가 가정용으로 유통되는 빈 병(연간 약 20억병)의 62%를 회수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유통업체를 통해 반납되는 비율(24%)의 3배에 가깝다. 그런데도 법적 지위가 없어 취급수수료 협상에 참여하지 못하고, 주류업체가 정하는 대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서원진 한국공병자원순환협회 본부장은 “비교적 깨끗한 상태로 다뤄지는 대형마트 빈 병과 달리, 고물상 등으로부터 거리의 병을 모을 때는 재활용 가능한 병을 선별하고 포장하기 때문에 손이 더 가는데도 수수료는 적게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병수집상들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다음달 초까지 수수료 차별이 해결되지 않으면 빈 병 회수 거부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거리에서 병이 방치되는 ‘빈 병 대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병수집상들이 다루는 빈 병 수가 적지 않은 만큼 법 테두리 안으로 끌고 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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