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관계자 얘기로는 이제 연예인이 되려면 중국어가 필수라고 했다. 연기력이 좀 떨어져도 중국어를 잘하면 배역을 맡을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중국과 합작 영화ㆍ드라마도 많고, 아예 중국 연예기획사에서 활동할 가능성도 커진다. 중국에서는 뜨기만 하면 돈벌이가 한국의 10배라고 한다. 시장도 넓고 돈도 넘친다. 그래서 중국어를 배우는 연예인 지망생이 늘고 있다.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는 한류스타 박유천도 공익근무요원 입소를 앞두고 “중국어도 배우고 싶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 서울 강남 일대에서는 중국어 조기교육이 유행이다. 이 지역 유치원에서는 한 달 수강료가 150만~200만원, 연 수강료가 2,000만원을 넘는 ‘중국어 유치원’이 등장했다. 대학 등록금의 두 배다. ‘영어 유치원’들도 중국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가르치기도 한다. 중국 조기유학 사례도 많다. 학원가도 중국어 바람이 거세다. 영어 학원 매출은 줄어들고, 중국어 학원 매출은 늘고 있다. 토익 응시자는 2011년을 정점으로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어 스타강사의 몸값도 뛰고 있다.
▦ 취업 준비생에게 중국어는 필수가 됐다. 중국어 자격증 소지자나 중국어 회화가 가능한 지원자를 우대하는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부 학원에서는 특정 업종 취직에 도움을 주는 맞춤형 중국어 취업 특강 개설이 유행이다. 중국어전문학원인 고려중국센터는 여름방학 기간 동안 ‘항공승무원 취업전략’ ‘카지노딜러 취업전략’ ‘중국어 스타강사되는 비결’ 등을 주제로 관련 업계 스타강사들을 동원해 특강을 실시한다. 다른 학원도 중국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취준생을 유혹한다.
▦ ‘2015년 출입국ㆍ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외국인 입국자 국적별 비중은 2005년에는 일본인이 40.8%로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중국인이 46.1%로 수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의 절반은 중국인이다. 중국인이 북적대는 제주에서는 중국어만 잘해도 월급 200만원짜리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중국어 실력이 수입 및 신분을 결정짓는다는 ‘차이니즈 디바이드’(Chinese divide)라는 말이 나옴직하다.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의 중국 버전이다. 언어의 힘이 국력에 비례하는 사례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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