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강원 인제군 자동차경주장 인제스피디움에 독일 번호판이 부착된 포르쉐의 스포츠카 두 대가 나란히 섰다. ‘박스터 GTS’와 부분변경으로 새롭게 출시된 ‘718 박스터 S’다.
최고의 가속력을 뽑아내기 위해 엔진 분당 회전수(RPM)를 한계치까지 높이는 ‘론치 컨트롤’(Launch Control) 기능을 활성화한 두 차는 신호가 떨어지자 굉음을 울리며 뛰쳐나갔다. 출발은 박스터 GTS가 한 박자 빨랐지만 몇 초 뒤 718 박스터 S가 앞으로 치고 나가더니 결승선에 먼저 도착했다.
신구 박스터의 대결은 포르쉐 독일 본사가 진행한 ‘2106 포르쉐 월드로드쇼‘(PWRS)의 일환이다. PWRS는 올해 필리핀, 베트남, 대만을 거쳐 국내에서도 약 2주간 열렸다. 포르쉐 모든 차종이 동원되는 PWRS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차는 단연 실린더 4개짜리(4기통) 엔진을 달고 온 718 박스터다.
포르쉐는 718이란 모델명을 1950년대 이탈리아의 ‘타르가 플로리오’(Targa Florio)와 프랑스의 ‘르망24’ 등 각종 레이싱 대회를 석권한 전설적인 레이싱카 ‘718’에서 따왔다. 718은 4기통 수평대향 엔진(실린더 2개씩이 양쪽에 수평으로 배열된 엔진)이 차체 중앙에 탑재된 ‘미드십(Midship) 스포츠카’다.
718 박스터에도 이런 형식의 엔진이 새로 박혔다. 가속 대결을 한 박스터 GTS는 6기통 3.4 수평대향 엔진으로 최대출력 330마력을 발휘하지만 718 박스터 S는 2.5 엔진으로 350마력을 뿜어낸다. 토크도 718 박스터 S(42.8㎏ㆍm)가 기존 박스터 GTS(37.8㎏ㆍm)를 압도한다. 당연히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 역시 박스터 GTS(4.7초)보다 718 박스터 S(4.2초)가 짧다. 제로백이 5초 이하인 차에서 0.5초는 엄청난 격차라 누가 운전을 하더라도 718 박스터 S가 빠를 수밖에 없다.
엔진 배기량이 줄었는데도 성능이 향상된 것은 ‘가변 터빈 지오메트리’(VTG) 기술이 적용된 터보 차저(배출가스로 구동하는 엔진 과급기) 덕이다. 터빈의 형상으로 엔진에 다시 밀어 넣는 외기 압력을 제어하는 VTG는 디젤 엔진에는 보편적이지만 가솔린 엔진에는 포르쉐가 ‘911 터보’를 통해 가장 먼저 선보였다.
718 박스터는 1960년대 말 이후 스포츠카에 6기통 엔진을 고집해온 포르쉐의 변화를 상징한다.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스포츠카도 기술 발전으로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자동차 업계의 ‘다운사이징’ 추세와 엄격해진 배출가스 규제를 거스를 수 없다는 의미다.
포르쉐는 지난 18일 출시한 718 박스터에 이어 ‘718 카이맨’도 하반기 국내에 들여온다. 박스터와 카이맨은 엔진과 차체가 같은 쌍둥이 차라 718 카이맨에도 4기통 수평대향 엔진이 장착됐다. 인제=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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