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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자는 좁은 넓이와 작은 공허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그 밖에 모든 것을 갖고 있습니다. 작은 상자에도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더욱 작은 상자여서 젖니가 있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커지고 커지고 더 커진 상자는 어린 시절을 기억해냈습니다. 애타게 고대한 끝에 다시 작은 상자가 되었습니다. 가장 큰 세계인 작은 상자를 따라 그 안 세계도 도시도 방도 벽장도 줄어들었습니다.
작은 상자를 주머니에 넣으면 전 세계와 함께 다니게 되고, 슬그머니 잃어버리면 전 세계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고, 훔치면 내 것이 되니 전 세계를 책임져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바스코 포파(1922~1991)는 유고슬라비아를 대표하는 시인입니다. 신화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 시를 썼습니다. ‘작은 상자의 적들’‘작은 상자의 피해자들’‘작은 상자에 관한 마지막 소식’ 등 여러 편의 연작이 있습니다.
‘작은 상자’를 ‘추호(秋毫)’로 바꿔 읽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세상에 가을 짐승의 털끝보다 큰 것은 없다”는 장자의 구절 말입니다. 줄여도 줄여도 없어지지 않는 추호가 작은 상자입니다. 결정적이고 은밀한 것이 내재되어 있다는 면에서, 작은 상자는 위험하고 위협적이기도 합니다. 작은 상자를 조심하라. ‘추호도 없다’는 다른 상자를 주시하라.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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