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최국 미국과 최강 아르헨티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대회 최고의 흥행 카드가 성사됐다.
리오넬 메시(29ㆍFC바르셀로나)의 1골 2도움 맹활약을 앞세운 아르헨티나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폭스버러에서 열린 2016 코파 아메리카 베네수엘라와 8강전에서 4-1로 승리했다. 아르헨티나는 앞서 8강전에서 에콰도르를 2-1로 격침시킨 미국과 22일 결승 티켓을 다투게 됐다.
같은 날 디펜딩 챔피언 칠레는 다크호스 멕시코를 7-0으로 대파하고 8강행 막차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2016 코파 아메리카의 패권을 다툴 4개국은 미국-아르헨티나, 칠레-콜롬비아로 압축됐다. 북중미에서는 미국만이 생존한 가운데 남미 3개국은 각각 2회 이상의 멀티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1993년 이후 23년 만에 패권 탈환을 노리는 아르헨티나가 선두에 서 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1916년 대회 이후 통산 15번째 우승을 바라본다. 코파 아메리카로 대회 명칭이 변경된 1975년부터는 2차례 우승으로 주춤해 자존심 회복을 외치고 있다. 이번에 우승하면 이 부문 역대 최다인 우루과이(15회)와 타이가 된다. 또 월드컵이나 코파 아메리카 같은 국제 메이저 대회 무관의 제왕으로 남아있는 메시의 첫 우승이 되기도 해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경계해야 될 점은 미국의 홈 어드밴티지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상 미국(4경기 7득점 3실점)이 아르헨티나(4경기 14득점 2실점)에 큰 위협이 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19일 미국 최대 일간지 USA투데이는 이번 대회 첫 선발 출전 경기(8강전)에서 맹활약한 메시에 대해 “메시가 미국대표팀에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허리 부상으로 출전시간이 제한된 선수처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메시 시대에 아직 국제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지만 다가올 4강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 확률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동안 초청국 자격으로 나섰던 미국은 1995년 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던 게 최고 성적이다. 5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52ㆍ독일) 대표팀 감독의 지도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르헨티나는 대단한 팀이지만 우리는 누구를 만나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며 “여러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레알 마드리드)가 있는 포르투갈에도 승리한 적이 있는 팀”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칠레와 콜롬비아는 각각 통산 2번째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칠레는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의 기회를 잡았다. 칠레가 우승할 경우 2004년과 2007년 브라질 이후 9년 만에 연속 우승 국가가 배출된다. 칠레는 조별리그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이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페이스가 무섭게 올라오고 있다. 강력한 압박과 공격 쌍포의 위력이 막강하다. 이번 대회 득점 상위 선수 중 4골로 2위인 메시를 사이에 두고 1위 에두아르도 바르가스(6골)와 공동 3위 알렉시스 산체스(3골)가 포진해 있다.
이에 맞서는 콜롬비아는 2001년 우승 이후 15년 만의 정상 복귀에 나선다. 승부차기(4-2) 끝에 페루를 꺾고 4강에 오른 콜롬비아는 하메스 로드리게스(25ㆍ레알 마드리드)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했다. 또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미국전 이후 볼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고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는 전술 변화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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