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장에 투척된 홍염/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가 불미스러운 일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훌리건들의 계속된 난동에다 그라운드에 홍염이 투척돼 경기가 중단되는 가하면 신나치주의 걸개까지 등장해 프랑스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당초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모든 역량을 총집중하던 경찰이 새로운 골칫거리들로 이중고에 시달리는 양상이다.
지난 12일(한국시간) 러시아와 잉글랜드전에서 발생한 팬들간의 충돌이 시발점이다. 러시아 팬들은 경기가 종료 직후 잉글랜드 관중석을 습격했고 양측의 싸움은 격해졌다. 영국인 2명이 중상을 입고 5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질 만큼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하루 뒤인 13일 독일-우크라이나전에서도 경기 후 양국 훌리건이 다툼을 벌여 21명이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의 집중 단속 의지와 대회를 주최하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강력한 징계 절차 착수에도 러시아 팬들은 슬로바키아전 종료 뒤에 또 한 번 거리에서 난동을 부렸다. 크로아티아 팬들도 터키전에서 싸움을 벌이는 등 곳곳에서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연일 끊이지 않는 폭력 사태가 채 수습되기도 전에 18일 크로아티아-체코전에서는 경기장에 홍염이 투척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경기가 막바지로 향해가던 무렵 크로아티아 관중들이 그라운드로 홍염을 투척한 것이다. 흥분한 팬들은 더 많은 홍염을 던졌고 경기는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50명이 다친 최악의 팬 충돌 사태가 일어난 지 6일 만이다. UEFA에 의해 경기장 반입이 금지된 홍염은 앞서 알바니아, 헝가리, 루마니아 팬들에게서도 적발된 바 있다.
급기야는 신나치주의 배너까지 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프랑스 니스 지역 경찰에 따르면 스페인과 터키의 D조 2차전을 앞두고 스페인 팬 6명이 체포됐는데 3명은 홍염의 관중석 반입을 시도했고 나머지는 신나치주의 걸개를 가져온 혐의다.
심각성을 느낀 프랑스 경찰은 4,000여명 이상의 관광객을 요주의 인물로 분류하고 특별 관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 술이 취한 채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입국 허가를 불허할 계획이다.
영국 경찰도 공조해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엘리슨 로든 켄트 경찰서 총경은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축구 잔치가 몇몇 사람들로 인해 오점이 남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의 지성임을 자부하는 유럽에서 때 아닌 후진국형 관람 문화가 기승을 부리는 현상과 관련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바니 로나이 칼럼니스트는 유럽이 처한 정치적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19일 내놓았다.
로나이는 "경기장 밖에서의 일들은 2016년 프랑스와 유럽이 처한 현실을 여전히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정치적인 불안과 공포들이 이미 어두운 구석을 침투했고 확장된 분열의 위협은 본질의 주변에 계속 더 머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