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전쟁 당시 한국군 정훈장교가 촬영한 희귀 사진이 공개됐다. 육군은 “6ㆍ25전쟁 당시 정훈장교로 활동했던 고(故) 한동목 중령의 유족으로부터 당시 사진 1,500여 점을 기증받았다”며 19일 그 중 일부를 공개했다. 미군이나 외신 종군기자가 찍은 6ㆍ25 사진은 현재까지 많이 남아 있으나 한국군이 촬영한 사진은 드물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군은 판단하고 있다.
기증된 사진들은 38선을 넘어 북진하는 미군 고사포대대, 판문점 포로교환, 고지에서의 전차 사격, 영천의 피난민 행렬 등 전쟁의 실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북진하는 미군 고사포대대의 모습이나 전쟁 뒤 5군단 창설식에서 4명의 한국군 군단장들이 함께 찍힌 장면 등은 지금까지 사진으로 공개된 적이 없었다.
한 중령은 1950년 1월 25일 육사 9기로 임관해 1사단 15연대 정훈장교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6ㆍ25전쟁 기간 동안 15연대를 거쳐 8사단 정훈부에서 전투부대와 함께 이동하면서 사진 촬영임무를 수행했다. 전쟁 이후 이 사진들을 35㎜ 필름으로 보관하던 그가 2001년 세상을 떠난 뒤 가족이 이를 유품으로 관리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의 길을 걷는 차남 한효섭 중령이 필름의 내용을 알기 위해 육군 기록정보관리단에 분석을 의뢰했고 이 필름이 전쟁 기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가족과 협의 끝에 육군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육군 관계자는 “미군 고사포대대가 38선을 넘어 북진하는 장면은 미군 사진 자료에도 없으며, 5군단 창설식 사진들도 미군 중심으로 찍힌 사진은 많았지만 한국군 군단장들만 모인 사진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6ㆍ25전쟁 4주년 시가행진 장면도 신문에 보도된 사진은 남아있지만 군이 보유한 사진은 없었다.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 교수는 “6ㆍ25전쟁 초기부터 전후 복구까지의 사진으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육군은 보다 전문적인 분석을 위해 군사연구소와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등에 고증을 의뢰했으며 사료적 가치가 검증된 뒤 전시회를 열고 전쟁사 연구와 장병 교육 자료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육군은 지난 17일 충남 계룡대에서 고 한동목 중령의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기증행사를 하고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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