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 채널이 많아졌지만 대부분 드라마나 연예ㆍ오락 프로그램에 편중되어 있다 보니, 막상 필자 같은 중장년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볼 만한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EBS의 ‘세계테마기행’ ‘한국기행’ ‘명의’ ‘다큐프라임’ 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EBS 교육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긍정적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동안 국책 연구기관과 교육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 10년 넘게 EBS 수능강의를 연구한 입장에서, 고액 사교육비로 인해 가계 부담이 가중될 때 EBS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2015년 EBS 수능강의 사업 성과 분석 및 개선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고등학생의 86.6%가 EBS 수능강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EBS 수능 강의로 인해 억제된 사교육비는 연간 1조800억원에 이른다. 1997년부터 ‘위성 교육 방송’과 2004년 ‘인터넷 수능 서비스’, 2010년 ‘EBS-수능 70% 연계 정책’ 시행을 통해 EBS는 각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했으며, 그 효과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지역·소득 간 교육격차 해소에도 EBS의 기여가 적지 않다. EBS가 매년 선발하는 ‘꿈장학생’의 면면을 보면 어려운 가정환경이나 열악한 여건 속에서 EBS를 통해 꿈을 키워가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읍ㆍ면 지역이나 저소득층 학생들이 EBS 수능강의를 더 많은 시간 이용한다는 것은, 경제적 여건이 열악하거나 사교육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일수록 EBS의 도움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점점 좁아지고 있는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의 통로를 EBS가 유지해 주고 있는 것이다.
EBS는 무료 온라인 강의와 시중의 다른 교재보다 저렴한 가격에 교재를 제공하면서 고등학교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말고 초ㆍ중학생을 둔 가정의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15년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교육비의 72%가 초ㆍ중학생에게 몰려 있다. EBS가 웹사이트와 TV를 통해 유료 또는 무료로 초ㆍ중학교 교육을 병행하고 있지만 아직 양적ㆍ질적인 면에서 교육 현장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BS는 교과목별 수준별 강의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사들이 학교 수업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해야 한다. 현재 일부 초·중학교 선생님들은 EBS 방송 자료를 수업 중에 활용하고 있지만, EBS에서 제공하는 영상 콘텐츠의 양이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그 양을 획기적으로 늘려 여러 선생님이 다양한 교과목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편리한 교육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EBS 재원 중 보다 많은 부분이 초ㆍ중학교 교육에 투자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재원이 부족하다면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
올해로 42번째 생일을 맞는 EBS는 내년에 일산으로 신사옥 이전을 앞두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BS가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EBS는 국민이 내는 TV방송 월수신료 2,500원 중 70원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설립 목적에 명시된 ‘학교 교육 보완’이나 ‘평생교육’에 만족하지 말고, 우리나라의 ‘민주적 교육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보다 높은 차원의 서비스를 부단하게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국민이 EBS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영식 전주교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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