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주요 대형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내렸지만 은행 예·적금 등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 일주일만에 주요 대형은행의 수신액은 10조원 넘게 급증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를 마이너스에 접어들었지만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은행에 목돈을 ㅁ타기는 ‘파킹’ 현상만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원화예수금 잔액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 9일 973조6,249억원에서 5영업일 만인 16일 984조401억원으로 10조4,152억원 증가했다. 원화예수금은 원화예금과 양도성 예금증서 등을 합한 액수를 말하며 은행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금, 적금, 요구불예금 등 원화예수금의 주요 항목들이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5대 대형은행의 정기예금은 이 기간 497조5,07억원에서 498조5,468억원으로 1조361억원 늘었다. 정기적금은 41조9,232억원에서 41조9,875억원으로 643억원 증가했다.
특히 은행 수신 가운데 조달 원가가 낮아 은행의 핵심 이익으로 간주되는 요구불예금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 예금은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은행이 언제든지 예금액을 지불해야 해 금리가 연 0.1% 이하 수준으로 낮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같은 기간 383조1,222억원에서 390조1,024억원으로 6조9,802억원 증가했다.
농협은행이 3조7,684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KEB하나(1조4,820억원), 우리(1조2,900억원), 신한은행(9,721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활동성 고객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만 5,323억원 줄었다.
은행의 수신 금리 인하로 실망한 고객들이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이자는 적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은행에 맡겨두는 ‘은행 파킹’ 현상이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초저금리지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어 현금과 유사한 통화성이 있는 요구불예금의 급증은 이런 경향을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으로 투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은행권 예·적금과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 본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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