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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까지 치료해줄 것 같은 의사 캐릭터 4

입력
2016.06.1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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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안방극장에서 ‘의학대전’이 펼쳐진다. KBS2 ‘뷰티풀 마인드’와 SBS ‘닥터스’가 20일 동시 첫 방영을 앞두고 있다. ‘뷰티풀 마인드’는 공감능력이 결여된 천재 의사(장혁)가 환자들의 기묘한 죽음에 얽히기 시작하면서 점차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닥터스’는 교사(김래원)와 학생(박신혜)이 의사 선후배로 재회해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어느 드라마를 ‘닥본사’(닥치고 본방송 사수) 할 지를 두고 의학드라마 마니아들은 벌써부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인생 살면서 자주 안 갈수록 좋은 곳이 바로 병원이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이니 말이다. 하지만 의학드라마 속엔 꾀병을 부려서라도 만나고 싶은 믿음직한 의사들이 있다. 생명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사들의 헌신적인 모습에 시청자들은 감동을 넘어서 생명의 존엄과 고귀함을 느끼게 된다.

‘뷰티풀 마인드’와 ‘닥터스’ 방영을 앞두고 선행학습 차원에서 과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의학드라마 속 명의 넷을 꼽아봤다. 지금도 그들에게선 소독약 냄새 대신 인간냄새가 풍긴다.

MBC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중증외상외과 의사 최인혁을 연기한 배우 이성민. MBC 제공

우리가 원하는 진짜 의사, 최인혁 (MBC ‘골든타임’ㆍ2012)

까칠한 수염, 푸석한 얼굴, 사시사철 벗지 못하는 수술복. 하지만 언제나 눈빛만은 형형하게 살아 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진짜 의사. ‘골든타임’ 최인혁(이성민)에게 생명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하지만 최인혁은 실력은 최고지만 병원 경영진에겐 그리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다. 돈벌이가 안 되는 중증외상 치료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 최인혁은 환자를 평범한 일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열악한 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최인혁은 ‘천재’도, ‘신의 손’도 아니다. ‘의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적’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대신 냉철한 의학적 판단과 치료로 사람을 살린다. 지극히 현실에 천착한 캐릭터다. 이 드라마는 최인혁을 통해 우리 사회 공공의료 문제를 건드리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크나큰 감동을 선사한 천사배달부 에피소드가 대표적인 예다. 교통사고로 중상을 당한 이 환자는 우연히 그 현장에 있었던 최인혁의 응급처치와 즉각적인 수술로 목숨을 건졌다. 나아가 선행으로 청와대 초대까지 받은 인사였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며 병원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았다. 일시적이나마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시스템이 작동했다. 하지만 이 천사배달부의 실제 모델이었던 고 김우수 씨는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찾아 헤매다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시청자들은 둘 사이의 간극을 경험하며 드라마의 문제의식에 동참했다.

극중 최인혁은 국가 차원의 외상센터 지원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렇게 말한다. “사람 목숨 값이 원래 좀 비쌉니다.” 시청자뿐만 아니라 나랏일 하는 사람이 두고두고 새겨들어야 할 명대사다.

종영하기도 전에 시즌2 요청이 쇄도한 데는 최인혁 캐릭터의 영향이 컸다. 배우 이성민은 이 드라마를 통해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촬영에 앞서 소품용 신발을 신고 다녀서 낡게 만들고, 실제 외상외과 의사들에게 자문을 받는 등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된 사실적인 연기를 펼쳤다. 지금도 이 드라마의 팬들은 이성민을 보면 ‘최인혁 교수’를 먼저 떠올린다.

신하균은 8년만의 드라마 출연작인 KBS2 ‘브레인’으로 2011년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KBS 제공

신하균을 보며 떨리는 마음 ‘하균하균’ (KBS2 ‘브레인’ㆍ2011)

2011년 연말 시청자들의 브레인을 단숨에 마비시켜버린 하얀 가운의 주인공, 바로 신하균이다. 2003년 SBS ‘좋은 사람’ 이후 8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인 ‘브레인’으로 신하균은 그 해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잊을 수 없는 의학드라마를 떠올릴 때 ‘브레인’과 신하균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신하균이 연기한 캐릭터는 신경외과 전문의 이강훈. 그런데 정의롭고 헌신적이며 사명감에 불타는 여느 드라마 속 의사들과는 좀 다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자신의 실력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고, 대놓고 권력지향적이라 속보이는 아부나 충성 맹세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불우한 가족사가 점점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의 연민을 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핍을 채우기 위한 그의 몸부림을 이해하는 후배 의사 윤지혜(최정원)와의 서툰 로맨스는 드라마와 신하균의 인기에 불을 붙였다.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던 이강훈이 윤지혜를 찾아와 나지막이 유재하의 노래를 불러주던 장면은 두고두고 화제였다. 요즘 유행어로 표현하면 ‘츤데레’(쌀쌀 맞으나 속정이 깊다는 뜻) 같은 캐릭터였다.

신의 영역인 생명을 다루기에 완벽한 존재일 것만 같은 의사들도 매 순간 흔들리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에 시청자들이 호응했다. 신하균의 빼어난 연기 덕분이었다. 시청자들은 신하균을 연기의 신이란 뜻에서 ‘하균신(神)’이라 불렀고, 신하균을 보면서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하균하균’이라 표현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드라마에서 이강훈과 야합하거나 대립했던 주요 인물 중에는 야비하면서도 다소 지질한 신경외과 과장 고재학 캐릭터가 있는데 배우 이성민이 연기했다. ‘골든타임’과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KBS2 ‘굿닥터’에서 주원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소아외과 전문의를 연기했다. KBS 제공

영혼까지 치유하는 의사, 박시온 (KBS2 ‘굿닥터’ㆍ2014)

‘굿닥터’는 배우 주원에게 KBS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안긴 작품이다. 젊은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주원은 ‘굿닥터’에서 ‘굿액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앞서 ‘브레인’으로 대상을 탄 신하균 사례까지 더해 보면, 의학드라마가 연기상 제조기인 건 확실해 보인다.

자폐 3급과 서번트 증후군 진단을 받고도 소아외과 의사가 된 박시온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박시온은 과거 병력 탓에 때때로 공황상태에 빠지는 등 평범한 보통사람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의사 가운만 입으면 천재적인 암기력과 특출 난 재능으로 생명을 구한다.

전형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의사 캐릭터가 서번트 증후군 설정을 만나 색다르게 변주됐다. 박시온은 남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비정상인이라는 시선에 시달린다. 그의 실력을 못마땅해하는 동료들도 그를 병원에서 내몰려 한다. 그럼에도 아이같이 천진난만한 성품과 따뜻한 마음씨로 환자를 보살피며 병원 사람들을 점차 감화시켜간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면서 차츰 성장해가는 박시온의 모습은 그 자체로 치유의 메시지였다. 의사 연기도 어려운데 자폐라는 설정에 인물의 성장기까지 탁월하게 소화해낸 주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시청자들은 ‘굿닥터’를 착한 드라마라 불렀다. 드라마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애정은 안방극장을 훈훈하게 덥혔다. 휴머니즘이 가장 잘 담긴 의학드라마로 평가 받는다.

MBC ‘하얀거탑’은 의학드라마의 레전드라 불린다. 김명민의 연기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작품이다. MBC 제공

의학드라마의 레전드, 명민좌의 탄생 (MBC ‘하얀거탑’ㆍ2007)

‘하얀거탑’은 배우 김명민 이름 옆에 평생 따라붙을 연관검색어다. ‘불멸의 이순신’과 함께 오늘의 김명민을 만든 작품이다. 탁월한 연기력에 대한 존경의 수식어인 ‘명민좌’는 ‘하얀거탑’ 장준혁 캐릭터에서 비롯됐다.

명인대학교 외과의 장준혁은 병원 안팎의 인정을 받는 실력파다. 이를 뒷받침하는 노력 또한 엄청나다. 의학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하는 모습은 아마 전무후무할 것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오로지 노력만으로 그 자리에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 하지만 야심이 지나쳐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장준혁은 차기 외과과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병원 내 정치싸움에 뛰어들어 추악한 거래와 타협, 인맥과 돈을 동원한 회유 등을 서슴지 않는다. ‘하얀거탑’은 의학드라마이자 정치드라마였고, 장준혁이 의료사고에 휘말린 후반부엔 법정드라마이기도 했다.

장준혁은 의학드라마 주인공 중 가장 가슴 아픈 결말을 맞이해 더 큰 존재감으로 남았다. 한국 드라마에서 헌신의 상징이었던 의사 캐릭터는 ‘하얀거탑’과 장준혁을 통해 또 다른 정체성과 개성을 부여 받았다. 그리고 김명민은 새로운 성격의 인물을 지지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불멸의 명연기를 펼쳤다. 마지막 회에서 장준혁이 간성혼수(중증 간질환으로 인한 의식상실 상태)로 인해 신문을 거꾸로 들고 보거나 헛소리를 하는 장면은 지금도 회자된다. 이 하나의 장면을 위해 김명민은 관련 논문까지 읽었다. 서서히 죽어가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감량도 했다. 장준혁이 죽음을 앞두고 과거를 회상하며 허공에 수술을 하는 듯한 손놀림을 보이는 장면도 빠뜨릴 수 없는 명장면이다. 시청자들은 방송 내내 소름 끼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학드라마의 레전드’로 첫 손에 꼽을 만하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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