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 LG 제공
LG 박용택(37)은 팀 선배 이병규(42ㆍ등번호 9)를 보면서 성장했다. 2002년 박용택이 입단했을 때 이병규는 6년 차로 전성기를 구가하는 시점이었다. 이병규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최다안타 부문 3연패를 차지했다.
야구 스타일은 다르지만 박용택은 어느 순간부터 그런 이병규만큼 잘 하고 싶었고, 이병규를 넘고 싶었다. “(이)병규 형 기록은 내가 다 깨겠다”고 말했던 박용택의 말은 이제 점점 현실이 돼가고 있다.
박용택은 17일 현재 통산 타율 3할4리에 1,944안타, 176홈런, 909타점, 999득점, 299도루, 2,900루타를 기록 중이다. 이병규는 통산 타율 3할1푼1리에 2,042안타, 161홈런, 972타점, 992득점, 147도루, 2,972루타를 올렸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도루를 제외하고 크게 앞섰던 이병규가 최근 몇 년 간 기량과 무관하게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반면 박용택은 30대 이후 완숙기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기록을 따라잡거나 넘어섰다.
올 시즌 성적도 타율 3할4푼에 6홈런, 30타점, 37득점으로 출중하다. 기록 달성 때마다 ‘팀 내 두 번째’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박용택은 마침내 이병규보다 빠른 팀 첫 기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바로 통산 1,000득점으로 단 1점 남았다.
타격왕(0.372ㆍ2009년)과 도루왕(43개ㆍ2005년)을 한 번씩 차지한 박용택은 지난해까지 KBO리그 최초의 4년 연속 150안타 이상을 때렸다. 현재 페이스(55경기 70안타)라면 기록을 5년으로 늘리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또 올해까지 3할 타율을 기록하면 2009년 이후 8년 연속 3할로 이 부문 최장 기록인 9년 연속(양준혁ㆍ장성호)에 근접한다. 아울러 홈런 24개를 더 보태면 박재홍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통산 200홈런-200도루’ 클럽에 가입한다. ‘200홈런-300도루’는 박용택이 최초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300도루는 단일 팀으로는 박용택이 최초다. 또 올 시즌 도루 6개를 추가하면 전준호(NC 코치)에 이어 역대 두 번째 15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도 달성한다. 1,000득점을 비롯해 올 시즌 내 2,000안타와 300도루, 3,000루타를, 내년이나 늦어도 내후년이면 200홈런과 1,000타점의 이정표를 세울 것이 유력하다.
이병규만 보유한 대기록도 있다. 타격왕 두 차례와 최다안타 타이틀을 4번 가져간 이병규는 1999년 아직도 유일한 잠실구장 최초의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불혹의 나이인 2013년엔 최고령 사이클링히트를 작성했고, 10연타석 안타를 기록했다. 볼도 쳐서 안타를 치는 이병규는 2014년 역대 최소 경기 2,000안타를 달성했다.
박용택은 “(이)병규 형을 보면서 목표도 생겼다”고 말한다. 이병규가 있었기에 가능한 금자탑들이다. 다만 이병규는 지금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4할에 육박(0.398)하고 있다. 이병규 또한 1,000타점, 1,000득점, 3,000루타 고지가 눈앞이다. LG의 최고타자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가고 있는 박용택이지만 아직 건재한 이병규와 진정한 기록 경쟁을 보는 게 LG 팬들이 꿈꾸는 일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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