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수억 건넨 협력업체 운영 대학 동창 구속
남, 관련회사 차명 소유하면서 수십억 챙긴 정황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매우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8일 대우조선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불과 열흘도 안 돼 남상태(66) 전 사장에게 거액을 건네고 부당이득도 나눠 챙긴 협력업체 대표 정모(65)씨를 구속했다. 남 전 사장의 금품수수 사실이 간접적으로 확인된 셈인데, 그 동안 줄곧 제기돼 온 ‘남상태 비자금’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17일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새벽 정씨를 배임증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했다. 법원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정씨의 영장을 발부했다. 정씨는 남 전 사장의 대학동창으로, 대우조선과 특혜성 사업계약을 맺고 남 전 사장에게 수억원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들의 부당 거래 규모는 향후 훨씬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대우조선은 2007~2008년 정씨가 대주주인 휴맥스해운항공의 자회사 두 곳에 10년간 중국에서 생산된 선박 블록의 독점운송권을 넘기는‘수의계약’을 맺었다. 운임비도 계속 인상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대우조선이 자회사 디섹을 통해 인수한 부산국제물류(BIDC)의 지분 10%도 정씨 측이 갖도록 해 줬다.
검찰은 정씨의 해외법인들이 남 전 사장의 ‘비자금 저수지’ 역할을 한 사실(본보 10일자 2면)을 이미 확인했다. 대우조선과의 계약 무렵 싱가포르에 설립된 TㆍMㆍSㆍN사가 휴맥스해운항공의 자회사들이나 BIDC의 지분을 소유토록 한 뒤, 주주배당 형태로 이익금이 흘러가는 구조였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이 회사들을 사실상 차명으로 운영해 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BID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와 초과운임 지급, 매년 15%의 고율배당 등으로 대우조선은 2010~2013년 120억원 상당의 손실을 봤는데, 검찰은 이 돈이 고스란히 남 전 사장과 정씨 측에 전달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칼끝은 남 전 사장의 또 다른 비자금 조성 루트 쪽도 겨누고 있다. 남 전 사장이 영입한 유명 건축가 이창하(60)씨는 대표적인 실패사업인 오만 두큼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건설부문 계열사인 디에스온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등의 특혜를 받으면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2009년 대우조선 납품비리 수사 당시 캐나다로 도피해 잠적 중인 이씨의 친형이 실질적인 비자금 조성책이라는 소문도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최근 이씨의 친형을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했다. 그의 신병이 확보되면 이번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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