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탈당파 의원들의 일괄 복당 결정에 대한 새누리당 친박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친박계 의원 일부는 16일 “쿠데타”등의 거친 말을 퍼부은 데 이어 17일 별도 모임을 갖고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와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이 “비대위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밝히고 나서고, 친박계 내부에서도 강경파와 다른 의견이 잇따르는 등 조직적 반발 기세는 눈에 띄게 약해졌다. 대신 최소한의 명분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의 마구잡이 반발에 대한 국민의 눈길만 한결 싸늘해졌다.
물론 유 의원 등의 복당 결정이 급작스럽게 내려진 점은 있다. 서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원로들이 지적하듯, 비대위의 사전 소통 노력이 충분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러나 유 의원 복당 결정에 대한 극단적 반발에서 보듯, 이 문제가 그토록 민감한 사안이고 누가 봐도 계파의 이견을 해소하기 어려웠다면 지도부의 결단만이 문제 해결의 방책이었다.
따라서 사전 의견 수렴이 모자랐다는 정도의 유감을 상징적으로 표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비대위 결정을 아예 뒤집으려 하거나 이번 결정을 빌미로 당 지도부를 길들이려는 듯한 일부 강경파의 태도는 그 자체가 새누리당의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결정을 최고위나 비대위 권한으로 규정한 당헌ㆍ당규를 무시한 언동이어서 당인으로서의 자질까지 의심스럽다. 과거 최고위가 표결을 통해 탈당 인사의 복당을 허용한 사례에 비춰 절차적 하자나 강압적 분위기를 운운하는 이들의 주장은 전형적 트집잡기일 뿐이다.
힘으로 의지를 관철하려는 친박계 일각의 안하무인 자세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자신의 이해와 어긋나면 매사에 패권적 행태를 거듭하는 악습이 뿌리 깊다. 이번의 경우 비박계에 대한 보복 공천에서 문제가 비롯한 데다 그로 인해 총선에서 역사적 참패를 했으면 마땅히 반성하고 태도 변화를 꾀해야 했다. 그런데도 정 원내대표의 혁신 구상을, 전국위원회 소집을 무산시켜 와해시키는 등 정당 위에 군림하려는 행태를 버리지 않았다.
친박계가 대통령을 호위한다는 명분으로 민심을 거스르는 행태를 거듭하는데도 청와대가 제동을 걸지 않는 것도 의아하다. 청와대는 일괄 복당 결정과 관련, 사실상 침묵했다. 이는 단순한 불만의 표시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넘어 친박계의 조직적 반발을 부추기려는 것이라는 의심까지 부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 의원을 포함한 비박계에 포용적 자세를 취하는 것만이 새누리당 화합의 최대 관건임을 새삼스럽게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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