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 거부’ 김희옥 비대위우너장에 鄭 “전날 거친 표현 사과드린다”
방문 나섰지만 金 거부로 불발… 金 복귀 안하면 책임론 일 듯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다시 한 번 고속도로 중앙선 위에 선 처지가 됐다.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탈당 의원 7명의 일괄복당 허용 결정을 두고 친박계 강경파가 ‘비대위 쿠데타’에 정 원내대표가 동조했다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대위 논의 과정에서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복당안 표결을 거부하자 “비대위원 다수가 원하는데 뚜렷한 이유 없이 표결을 거부하는 것도 중대 범죄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발언했다가 김 위원장의 격분을 산 것이 발목을 잡았다.
정 원내대표는 17일 비대위의 전날 일괄복당 결정과 관련해 거취 문제를 걸고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김 위원장을 향해 거듭 사과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원장님에게 거칠게 표현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 드린다”며 “노여움을 푸시도록 (김 위원장을) 찾아 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이날 김 위원장을 사과 방문하려고 했으나 김 위원장의 거부로 불발됐다.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김 위원장 자택을 방문하고 나온 지상욱 비대위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회의를 하면서 너무 일방통행적이고 위압적이어서 참담했다는 취지로 토로했고, 헌법학자로서 말하건대 민주주의는 이런 것이 아니라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빗대 ‘낀박’을 자처해 온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이후 한 달여 만에 두 번째 퇴진론에 휩싸이자 “제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당연히 모든 걸 지겠다”며 몸을 낮추고 있다. 김 위원장이 사퇴하고 당의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김 위원장의 당무 복귀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17일 비박계 중심의 비대위ㆍ혁신위안 추인을 위해 상임전국위원회를 소집했다가 친박계의 보이콧으로 회의 개최가 무산되면서 사퇴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이후 양대 계파 최대주주인 비박계 김무성, 친박계 최경환 의원과의 ‘3자 회동’을 통해 가까스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시 “중도의 길은 고속도로 중앙선 위에 서 있는 것만큼 위험하다”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이날 긴급 회동을 가진 친박계 의원들이 일단 ‘의원총회 소집 및 원내대표 사과’로 요구 수위를 낮추면서 ‘원내대표 사퇴’라는 최악의 상황은 전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마음을 돌려세우지 못한다면 정 원내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친박계가 “원내대표 당선을 도왔는데 번번이 비박계 편을 들어주고 있다”며 정 원내대표의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계파를 막론하고 유승민 의원 복당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이미 있었는데도 정 원내대표가 복당 결정을 서두른 측면이 있다”며 “김 위원장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한다면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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