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 인증 절차 못 받게 되자
본사서 전자제어장치 조작 지시 등
검찰, 증거 자료ㆍ지사 직원 진술 확보
폭스바겐그룹이 독일 본사 차원에서 국내 수입인증 절차를 어기고 차량을 불법 개조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배출가스와 연비 조작에 리콜 계획서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데 이어 정부 인증을 통과하려 거짓 해명과 불법 개조를 한 사실까지 드러나 한국 정부와 소비자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최기식)는 폭스바겐 독일 본사가 국내 배출가스 기준에 미달해 수입 인증을 못 받게 된 휘발유 차량 골프 1.4TSI의 전자제어장치(ECU)를 불법 개조해 판매하도록 지시한 이메일 등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는 한국지사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인증담당 이사 윤모씨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차량은 지난해 3월부터 1,567대가 국내에 수입ㆍ판매됐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 5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국내 수입된 골프 1.4TSI에 대해 불합격 판정을 내리자 그 해 6월 폭스바겐 독일 본사가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ECU 소프트웨어를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2차례에 걸쳐 ECU를 조작, 같은 해 11월 국립환경과학원의 인증시험을 통과했다. 이 같은 소프트웨어 교체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인데다, 차량의 내구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휘발유 차량의 질소화합물(NOx) 배출허용 기준은 까다로운 미국의 초저공해차(ULEV) 기준에 맞춰져 유럽 기준에 따라 제작된 이 차종은 애초에 국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같은 차량의 시험 결과가 달라진 것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자 폭스바겐 측은 “모드 세팅이 잘못됐다” “주요 부품이 단락됐었다”는 등 네 차례나 거짓 진술을 하며 1년가량 시간을 끌었다. 또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유럽상공회의소를 통해 압박을 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과 사문서변조 및 동 행사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폭스바겐 측이 유로5 기준이 적용된 골프 2.0TDI 등의 31개 연비 시험성적서의 날짜를 조작한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한국 지사가 새 시험성적서를 요청했으나 독일 본사가 묵살했는데 검찰은 사실상 독일 본사가 조작을 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폭스바겐은 2012년 6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자동차 연비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시험결과 데이터와 차량의 중량 등을 조작한 서류 17건을 한국에너지공단에 제출하고, 2010년 8월부터 약 4년 6개월간 우리나라에 수출한 차량 26종(유로5 기준)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에 배출가스, 배출가스 자기진단, 소음의 3개 분야 인증을 신청하면서 37건의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 국내에서 유해가스 과다 배출이 적발돼 환경부로부터 개선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한 사실도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또한 리콜계획서에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명시하라는 환경부 요구를 거절해 리콜 절차도 중단됐다.
검찰 관계자는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이 사실상의 범죄 행위를 지시하고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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