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그룹 JYJ 멤버이자 배우인 박유천(30)이 잇단 성추문에 휩싸여 국내 연예계를 공황 상태로 몰고 있다. K팝으로 한류의 중심에 선 연예인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최악의 성추문에 연루되면서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일부 팬들은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성명을 17일 내 팬덤 이탈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류 이미지 실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유천의 성추문 논란이 일본과 중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혐한류’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유천의 성추문을 쉽게 넘길 수 없는 건 이번 사건이 다른 연예인들의 사적인 잠자리 스캔들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유천은 일주일새 네 명의 여성에게 성폭행 혐의로 잇따라 고소를 당했다. 네 건 모두 박유천이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유흥업소를 찾아 시작됐다. 네 건 가운데 두 건은 박유천이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 벌어졌다. 지난해 8월 군에 입대한 박유천은 현재 서울 강남구청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병역 의무를 수행 중인 기간에 유흥업소에 간 것도 모자라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까지 받아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대상이 됐다.
‘박유천 성추문’은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한류가 국가의 대표 문화 상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아이돌의 부도덕한 행실이 개인의 실수를 넘어 국가의 오명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이 유명인으로 사회적 영향력은 커져 가는 데 책임감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연예인뿐 아니라 연예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2013년 군 복무 중이던 가수 세븐이 복무지를 이탈한 뒤 안마시술소를 출입해 영창 10일 처분을 받고, 군인 신분이던 가수 비가 외박 중 영내를 벗어나 일주일 근신 처분을 받아 구설에 오르는 등 한류스타의 사회적 책임 방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는 것이다.
기획사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아이돌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연습생 신분으로 기획사에 들어가 가수 데뷔를 준비한다. 또래와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다 보니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에 서툴러 때론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정신과 전문의인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어려서부터 연예인을 준비하고 데뷔 한 뒤 곧바로 스타가 된 경우 더욱 사회적 사고와 책무에 대해 둔감할 수 있고 자기검열이 서툴다”며 “기획사에서 다양한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해 줘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지원이 없어 자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획사가 사회적 물의에 대한 경각심을 소속 연예인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해 문제를 키웠다는 의견도 있다. 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소속 연예인 감싸기만 하고 물의에 대한 질책과 견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이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일본은 아이돌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기획사 퇴출 혹은 임금 삭감 등을 하기도 하는 데 우리나라 기획사는 이런 내부적 제제가 없는 게 문제”라며 “기획사가 아이돌 육성뿐 아니라 견제 기능도 함께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