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다”면서 난민 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해 출입국장 내 송환 대기실에서 수개월째 머물고 있는 시리아인들이 행정소송에서 승소,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인천지법 행정2부(부장 김태훈)는 17일 A(20)씨 등 시리아 남성 19명이 각각 인천공항 출입국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모두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난민법 시행령 제5조의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의 난민 인정 신청에 대해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피고가 불회부 처분을 한 것은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4년 내전으로 인한 강제징집을 피해 시리아를 떠나 터키, 러시아, 중국 등을 거쳐 올해 1월 6일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A씨는 다음날 난민 인정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출입국사무소는 같은 달 14일 불회부 결정을 했다. 이날 승소한 나머지 시리아인 18명도 징병을 피해 한국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으나 모두 불회부 처분됐다.
박해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 또는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 불회부 할 수 있다는 난민법 시행령 제5조가 근거였다.
인천공항 출입국사무소는 이들이 러시아 등 비교적 안전한 국가에서 왔다는 이유 등으로 난민 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날 판결로 난민 심사를 하게 됐다.
현재 인천공항 송환 대기실에는 A씨 등 19명을 포함해 모두 28명의 시리아 난민이 햄버거, 콜라로 끼니를 때우며 수개월째 생활하고 있다. 이번에 승소한 19명을 제외한 나머지 시리아인 9명도 앞서 같은 소송을 제기해 다음 주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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