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전략 등
2년 전 단통법에 직격탄 맞아
기사회생 후 저가폰 준비했더니
지원금 상한 조기 폐지론 솔솔
마케팅 재원 부족 탓 경쟁력 한계
2년 만의 시장 복귀 우려감 고조

‘두 번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세 차례나 무산된 매각 시도.’
‘1세대 벤처 신화’ 팬택을 뒤흔든 굵직한 사건들이다.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팬택이 이르면 이달말 새 스마트폰 ‘스카이’(SKY)를 출시하며, 부활을 시도한다. 2년 만의 국내 시장 복귀에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또 다시 팬택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통신ㆍ제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단통법 지원금 상한(현재 33만원) 조기 폐지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팬택이 될 공산이 크다. 과거처럼 지원금 경쟁이 시작되면 마케팅 재원이 풍부하지 않은 팬택은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991년 설립된 팬택은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을 이어오다 97년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2001년 현대큐리텔에 이어 2005년 ‘스카이’로 유명한 SK텔레텍까지 인수하며 입지를 굳혔다. 2010년에는 339만대(스마트폰 98만대)의 판매량으로 LG전자까지 제치고 국내 휴대폰 제조사 2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무리한 인수 추진과 유동성 위기로 2007년과 2014년 두 차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연달아 터진 이동통신3사 영업정지, 지원금 과열 경쟁 등도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팬택에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단통법의 지원금 상한으로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단통법 시행 전(2014년 7~9월) 각각 62%, 26%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시행 후(10~12월) 49%, 14%까지 점유율이 하락하며 휘청거릴 정도였다. 팬택에게는 내수 침체를 버텨낼 체력이 없었다.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데도 프리미엄 스마트폰만 고집한 전략도 실책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극적으로 인수되며 기사회생한 팬택이 이번 신제품을 30만~40만원대로 내놓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단통법이 자리를 잡으면서 커진 중저가 휴대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금 상한 폐지를 검토하며 팬택은 또 다른 암초를 만나게 됐다. 팬택은 현재 재무 상태로는 지원금을 투입하며 경쟁에 나설 여력이 없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팬택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도 대규모 지원금 경쟁의 영향이 컸다”며 “자금이 풍부한 제조사가 재고 관리 정책에 따라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을 대폭 낮추면 팬택은 다시 고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업계 관계자도 “고가 스마트폰에 지원금이 실려 팬택과 가격 차가 좁아지면 중저가라는 장점을 발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팬택은 저렴한 가격 외에 그 동안 쌓아온 기술력으로 구현한 특화 기능 등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팬택 관계자는 “스마트폰 구매자에게 무선충전과 스피커 기능이 탑재된 제품을 함께 제공하는 등 차별화한 마케팅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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