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퀴어문화축제 프리허그'의 주인공들

“자녀의 성정체성 고민 처음 알았을 땐 당황
다름 인정하고 사랑하니 커밍아웃 이후도 행복
성소수자 가족 연대로 차별과 혐오 이겨내야”
자녀의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라라(왼쪽부터), 뽀미, 지인이라는 활동명으로 일하는 부모들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을 찾았다. 라라씨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주영기자

뽀미(50), 지인(47), 라라(46)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세 엄마는 각자의 자녀가 성소수자다. 성소수자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트랜스젠더)를 포괄하는 말로 영어 약자를 따서 LGBT라고 하기도 한다. 뽀미씨의 딸은 레즈비언이고, 지인씨 아들은 게이다. 그리고 라라씨는 아들에서 딸로 이전한 트랜스젠더 아이를 두고 있다.

이들은 같은 입장의 부모들이 모인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제 17회 퀴어문화축제에도 참가한 이들을 만났다. “성소수자들 중에 정체성을 숨기느라 움츠러든 친구들이 더 많아요. 퀴어축제에서 프리허그를 할 때도 엄마들 품에 안겨도 되는지 주춤거리며 갈등하는 아이들이 보였어요. 어서 오라고 손짓하면 울먹이며 다가오는데 나도 울고 아이들도 울었죠. 모든 부모가 상처 입은 자녀들을 안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통한 게 아닐까요?” (뽀미)

"엄마, 나 여기 있어요" 자녀의 커밍아웃

이들도 처음부터 아이들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자녀가 성 정체성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했을 때 마치 세계가 뒤흔들리는 듯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어서 부정의 단계를 지나자 죄책감이 물밀 듯 밀려 왔다. ‘나 때문인가’, ‘내가 잘못 키웠나’, ‘내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걸까.’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시간이 흘러 고민 끝에 엄마들이 찾은 답은 자녀들의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아이들은 다양한 언어로 구조 신호인 ‘SOS’를 보내왔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해 괴로움을 호소했고 “전학을 가고 싶다”거나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실제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2014년 청소년 성소수자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4%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친구들한테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라라씨의 트랜스젠더 딸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몇 번의 자살 시도도 했다. 아이와 함께 청소년정신과를 찾았지만 겨우 3년 전에야 방황의 이유를 알게 됐다. 머리를 기르고 곱게 화장을 하는 모습을 보면 싫은 소리를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라라씨는 “방황의 시간을 끝내고 돌아온 아이와 함께 하는 커밍아웃 이후의 삶이 좋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가족들은 지난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는 행진을 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제공

그렇지만 엄마들은 여전히 자녀들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과연 반듯한 직장은 얻을 수 있을지, 파트너와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고민을 하는 성소수자 가족끼리 이야기해 보자는 생각에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참가했다.

2014년 3월 문을 연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자녀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부모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는 모임이다. 이곳을 찾아온 엄마, 아빠들은 자녀와 부모간의 악화된 관계, 신앙에 대한 갈등, 자녀의 미래 걱정 등을 공유한다. 세 엄마는 치유 받기 위해 찾았던 곳에서 어느새 같은 처지의 가족을 치유해 주는 부모 활동가가 됐다. 그 덕에 자녀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지인씨는 “이곳을 찾는 아이들과 얘기해 보면 다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부모에게 큰 죄책감을 갖고 있다”며 “성소수자라는 것을 부모가 알게 되면 불행할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지인씨는 아이들의 말을 듣다보니 “말하고 싶은 비밀이 있지만 엄마는 약해서 안된다”던 아들의 말이 이해됐다. 그래서 그는 상담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자녀가 힘든 시간을 홀로 견디는 것을 마음 아파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면 우리의 사랑도 평등해야 한다”

엄마들이 지속적으로 모임에 나가 성소수자 가족을 상담하고 퀴어문화축제에 함께하는 이유는 하나다. 성소수자들을 세상에 알리고 응원하기 위해서다. 라라씨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존재하지만 엄연히 세상에 함께하는 존재들”이라며 “이런 아이들과 그들의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 알려야 주변부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바람이 있다면 세상이 성소수자를 조금 더 배려해 주는 것이다. 라라씨는 트랜스젠더 딸이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트랜스젠더 화장실이 생겼으면 좋겠다. 뽀미씨는 먼 훗날 아이가 동성 파트너와 함께 가정을 꾸려도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 뽀미씨는 “성적으로 다른 딸을 인정하고 나니 우리를 둘러싼 결혼제도와 사회시스템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알게 됐다”며 “반려견하고도 평생 사는데 동성이라고 같이 살지 말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별금지법도 통과됐으면 좋겠다.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 올라온 성소수자 혐오발언들을 일일이 저장해둔 지인씨는 “내 아이가 볼까봐 겁나는 극단적인 혐오 발언들이 너무 많다”며 “성소수자 증오를 키우는 혐오발언들을 적극적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면 우리의 사랑도 평등해야 한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이땅에도 성소수자들에게 평등한 세상이 올까. 뽀미씨는 “변화가 쉽지 않겠지만 내 아이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부모들이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며 “사회에 만연한 차별·편견·혐오가 사라지려면 부모와 가족, 친구들이 함께 지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오주석 인턴기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 3)

지난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성소수자의 가족들. 부모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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