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규모로 운영되는 책방에 가 보았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를 책방으로 꾸며놓고 구매자가 있을 경우에만 퇴근해서 책을 판매하는 한 직장 여성이 운영하는 책방이다.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그녀가 책방을 연 것은, 좋은 책을 통한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가장 가식 없는 공간을 지향하는 그 책방 주인이 남기는 이문은 없다. 그런데도 그녀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곳에는 내 시집과 동행한 친구의 시집도 있었다. 친구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시인이라 당연하다 생각되었지만, 내 시집을 봤을 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그 개성적인 공간을 오가며 탄성을 내지르다 책방 주인이 엄선하여 판매하는 책을 한 권씩 골라 들었다. 나는 로베르트 무질이 두 눈 뜨고 살아 있을 때 출간한 몹시도 특이한 유고집 ‘어리석음에 대하여’를 뽑아 들었다. 그러자 그 책방이 처음에 ‘어리석음에 대하여’만을 딱 열 권 구비해 놓고 문을 열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손에 들고 있는 책의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막상 집으로 돌아와 책을 폈을 때는,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생겨 정독할 수가 없었다. 머리맡의 스탠드를 껐다 켰다 하며 뒤척이다 지친 채 간신히 잠이 들었다. 새날이 되었으니 책방 주인과 사온 책의 저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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