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은 모나리자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크리스틴 카욜, 우훙먀오 지음ㆍ전혜영 옮김
에쎄 발행ㆍ352쪽ㆍ1만8,000원
고백하건대, 나 역시 광활한 루브르 박물관에서 중국인 관광객들 어깨너머로 살짝 보이던 모나리자의 미소를 보고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에 어색한 미소를 보내오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초상화 속 인물에게 약간의 배신감마저 들었다면 과장일까? 스탕달 신드롬까지야 아니더라도, 적어도 왕복 비행기삯만큼의 감동과 전율이 선사되기를 바랐던 것은 미술작품에 대한 모독인 걸까?
새 책 ‘동양인은 모나리자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는, 우리가 이처럼 유명한 서양 그림들에 즉각적인 감화를 느끼지 못했던 이유가 서양과 동양의 근본적인 차이 때문이라는 변명거리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역사상 가장 자주 그림의 소재로 이용되었던 ‘수태고지’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다면 온전한 감상이 어려운 작품이다. 수태고지는 신약성서에 기록된 예수 탄생의 일화에서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를 예고한 부분을 일컫는다.
성서의 이 이야기는 그리스도교가 정착한 5세기 이래 서구 미술의 가장 주요한 주제로 다루어지며 보티첼리와 다빈치, 프라 안젤리코와 카라바지오 등 수많은 화가에 의해 그림으로 남겨졌다. 기독교가 단순한 종교적 선택이 아니라 문화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었던 서양인들에게는 즉각적인 이해를 불러일으키지만, 동양인들에게는 낯선 역사에 대한 공부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감상이 어려운 작품이다.
책에서는 ‘수태고지’뿐만 아니라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반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루벤스의 ‘이카로스의 추락’, 파울클레의 ‘앙겔로스 노부스’,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등 서양 미술사의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세세하게 짚어나가며 미술 감상의 색다른 지평을 열어준다. 특히 종교적인 차이뿐 아니라 개인주의와 가족주의, 인간 중심과 자연 중심 등 쉽사리 넘나들기 어려운 동서양의 차이가 미술에도 녹아 들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러한 방식의 그림 읽기는 손쉽고도 유효한 방식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설명 위주의 서술이 아니라 프랑스인 교육철학자 크리스틴 카욜과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중국인 우훙먀오 두 저자가 나누는 대화라는 점이다. 궁금했던 것을 서로에게 대신 물어주며 기초적인 지점에서부터 시작하는 책은 서양 미술 입문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동양인은’ 혹은 ‘서양인은’으로 시작해 각자의 사고방식을 이분법적으로 전제해버리는 것은 아쉽지만, 이러한 잣대는 확실히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기 좋은 수단이기는 하다. 시리즈로 엮어 ‘서양인이 보는 동양 그림’같은 설명서가 출간되는 것도 좋겠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조각상이 이국의 관광객들에게 어떤 미학적 감상을 불러일으키는지 안다면 다시는 그런 흉물스러운 조각상을 만들지는 않을 테니.
한소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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