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상인들만을 골라 고액 수표로 결제한다며 거스름돈을 먼저 받아 달아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영세상점에서 물건을 주문한 뒤 수표로 결제할 것처럼 속여 거스름돈만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김모(56)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7일 노원구의 한 화장품 판매점에서 주인 노모(37ㆍ여)씨에게 50만원 짜리 수표를 보여주며 “화장품 2세트를 포장해주면 이 수표로 계산하겠다”고 했다. 노씨는 약 35만원의 거스름돈을 줘야 하지만 가게에 현금이 12만원밖에 없자 당황했다. 그러자 김씨는“수표를 잔돈으로 바꿔올 테니 일단 그 돈이라도 미리 달라”며 12만원을 받아 가게를 나갔고 그 길로 달아났다. 이 같은 방식으로 김씨는 2014년 9월부터 지난 6일까지 서울 노원구, 양천구, 동작구 등의 화장품 매장 및 제과점, 카페 등에서 15회에 걸쳐 180여만원을 가로챘다.
조사결과 김씨는 사람들이 카드결제를 많이 하면서 영세 상점들이 현금을 많이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했다. 김씨는 또한 범행 전 현장 인근에 세워진 자전거를 훔친 뒤 매장 앞에 미리 세워뒀다가 자신을 믿지 못하는 점원들에게 “앞에 자전거를 두고 갈 테니 이걸 믿고 잠시 기달려 달라’, ‘여기 주민인데 믿어달라” 고 안심시켰다. 김씨는 이처럼 범행에 사용할 자전거 14대도 훔친 혐의(절도)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범행 기간이 긴 만큼 피해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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