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 투표로 ‘당일 결론’ 결정 …두 번째 투표로 ‘7명 일괄복당’
정진석 주재 초ㆍ재선 만찬 중 친박계 의원들 항의하며 퇴장
오늘 고위당정청 회의 취소…전당대회 판도까지 출렁일듯
16일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탈당파 일괄 복당 의결은 예상치 못한 속보였다. 비박계에서도 “이렇게 빨리 결판이 날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고, 친박계는 ‘비대위 쿠데타’‘항명사태’라며 반발했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동시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사태는 당청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비대위 회의를 주재한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사퇴를 시사하며 당사를 떠났다.
이날 비대위 회의는 오로지 무소속 의원 7명의 복당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당일 결론을 내기로 시한을 못박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비공개 회의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내부ㆍ외부인사로 구성된 11명의 비대위원들은 “자기 입장만 밝히는 무한 토론은 의미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 비대위원은 “토론으로 각각 위원들의 판단이 바뀌거나 설득될 사안이 아니었다”면서 “그렇다면 빨리 결정해 당을 안정시키자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비대위원들은 먼저 복당의 결정 시기를 투표로 결정키로 했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투표의 결과는 ‘당일 결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내주 결정’을 주장한 김 위원장과 ‘당일 투표’를 요구한 정진석 원내대표 간에 고성이 고가며 충돌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 원내대표 측은 이를 부인했다.
그 다음 관건은 복당 방식이었다. 당내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낙인 찍혀 공천 과정에서 내몰린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 막말 파문의 장본인 윤상현 의원까지 포함하는 일괄복당과, 두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무소속 5명만 먼저 받는 선별복당의 두 주장이 혼재했다. 비대위원간 논박이 계속되자 이를 다시 무기명 표결에 부치자는 의견이 나왔고,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했다. 한 비대위원은 “여성 외부위원이 무기명 투표로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개표 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포함해 총 11명의 비대위원 중 일괄 복당이 6표로 과반을 넘자 투표함은 닫혔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찬반 표수가 알려지면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어 전부 개표를 하지 않았고, 이후 투표용지는 모두 파쇄했다”고 말했다. 복당 논의에서 결정까지 걸린 시간은 150분이었다.
비대위의 일괄 복당 결정에 친박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가 주재한 만찬에 초ㆍ재선 의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비대위의 일괄 복당 허용 결정과 관련해 정 원내대표에게 강력 항의하며 도중에 퇴장했다. 복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총 소집을 요구한 친박계 재선인 김진태 의원은 “복당은 당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카드인데 작전하듯 밀실에서 결정하며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선의 강효상 의원은 “적법 절차를 거쳤다”는 정 원내대표에게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거냐”며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비대위원인 김영우 의원은 “비대위원 전원 합의에 근거한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결과”라며 “비대위원들의 견해가 가감 없이 개진돼 무기명 투표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된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유 의원의 복당으로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판세는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권ㆍ대권 분리 조항으로 유 의원 본인이 전대에 출마하진 않겠지만, 비박계의 구심 역할을 하면서 표 결집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은 최경환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당권 주자군에 비해 비박계 주자군은 정병국 의원 1명 정도에 불과해 “당이 친박계 친정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유 의원이 복당하면서 당의 노선개혁 투쟁, 당청 관계 재정립 등 당의 독립 행보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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