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비대위 출범 보름도 안 된 16일 위원장직 사퇴를 포함한 거취 문제를 걸고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 일부 비대위원들이 무기명 표결을 제안해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탈당파 무소속 의원 7명에 대한 일괄 복당을 허용한 뒤 반나절 만에 나온 뒤늦은 반응이다. 일괄 복당 결정을 ‘비대위 쿠데타’로 규정한 친박계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17일 예정됐던 고위 당·정·청 회의 불참을 통보했고, 같은 날 예정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면담도 무산시켰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비대위 전체회의가 끝난 뒤 반나절 가까이 지난 시점에 나왔다.
당 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가 자신을 위원장으로 추천한 친박계가 유 의원의 복당 결정을 비대위 쿠데타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참석키로 한 20대 국회 첫 고위 당정청 회동이 김 위원장의 불참 통보로 무산된 것 또한 청와대와 친박계와의 교감 아래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비대위 출범 이후 안정을 찾아가던 새누리당이 일부 비대위원들의 독주로 다시 내홍과 갈등에 휩싸였다”며 “분당과 대통령 탈당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위원장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 않겠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 측은 아울러 복당을 서둘러 결정하면서 비대위 스스로가 새누리당 혁신의 동력을 잃게 만든 점을 크게 안타까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날짜를 못박으면서 비대위의 활동 시한이 정해진 상황에서 최대 현안이던 복당 문제까지 매듭지어지면서 사실상 비대위 활동은 끝났다고 본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국민이 바라는 당의 쇄신과 혁신을 마무리한 뒤 복당 문제를 결론 내려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며 “혁신 기회를 스스로 날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 측은 또 “정치적 미숙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며 무기명 투표 강행에 동조한 정진석 원내대표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 절대 다수가 (복당 문제는 비대위가) 해야 할 일이라고 결론을 냈는데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얘기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한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한 외부 비대위원은 “위원장이 투표하자고 한 것은 아니지만, 위원장도 투표에 참여했다”며 “일부 비대위원들이 밀어붙이듯이 그런 것은 아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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