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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정리, 3명 보낼 것” 靑 외압 부른 2008년 감사시스템 붕괴 다시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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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정리, 3명 보낼 것” 靑 외압 부른 2008년 감사시스템 붕괴 다시 도마에

입력
2016.06.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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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태 前사장이 감사실 직권폐지

이사회 거수기 전락… 産銀은 방관

김종배 前 산은 총재 법정 증언서 靑 외압 의혹에 “함구” 사실상 시인

검찰 수사 정ㆍ관계로 확산될 듯

15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 위로 검은 구름이 걸려 있다. 거제=연합뉴스
15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 위로 검은 구름이 걸려 있다. 거제=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의 천문학적 손실과 임직원들의 비리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이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내부 감사시스템의 붕괴 사실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우조선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도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경위에 대한 수사 방침을 내비쳤다. 검찰의 칼끝이 결국 대우조선과 정치권 및 산업은행의 유착 의혹을 겨눌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 조선업계와 감사원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자체 감사 시스템이 유명무실해진 직접적 계기는 ‘2008년 감사실 폐지’가 꼽힌다. 대우조선은 2006년 이후 대표이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 외부인사(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산하에 감사실을 설치했다. 그런데 2008년 9월, 남상태 당시 사장이 이사회 의결도 없이 감사실을 직권 폐지한 뒤, 산은 출신인 신대식 감사실장을 인사팀으로 대기발령했고 다음달 취업규칙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해고 했다.

이후 대우조선의 자체 감사기능은 철저히 무력화됐다. 감사팀은 인원이 대폭 축소된 채 대표이사 직속 윤리경영실로 편제가 바뀌었고, 감사위원회는 사실상 이사회에서 거수기 노릇만 했다. 2009년부터 산은 임원이 대우조선의 최고 재무책임자(CFOㆍ부사장급)로 파견됐지만, 회사 경영실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감사원은 전날 산은 등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에서 “2008년 9월 대우조선 감사실 폐지로 감사활동의 독립성이 심각히 훼손됐고, 그 후 감사위원회가 감사를 요구하거나 조사한 실적이 없는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형식적으로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외압 의혹도 2011년에 불거졌다. 2008년 8월 이모 청와대 행정관이 민유성 당시 산은 총재와 남 전 사장에게 “근무 중인 외부영입인사 3명을 빨리 정리해라. 그러면 우리가 3명을 보내겠다”고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신씨 등 3명의 퇴사 후 이명박(MB) 정부 실세의 측근 3명이 고문으로 영입됐다. 김종배 전 산은 총재는 신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 해당 의혹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겠다”고 입을 다물어 사실임을 시사했다. 법원은 신씨 해고에 대해 “어떠한 정당성도 없었던 위법한 해고”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산은의 수수방관은 계속됐다. 2011년 말 대우조선 경영컨설팅에서 “상근감사위원 제도를 도입해 실질적ㆍ독립적인 감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와 산은이 대우조선 측에 관련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이를 묵살했고, 산은도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대우조선에 대해 아무런 견제도 하지 못하고, 사실상 농락당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대우조선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산은의 감시ㆍ감독 부실과 관련한) 문제가 드러나면 그 부분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남 전 사장 비호세력이 드러날 경우 이번 사건이 정ㆍ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우조선의 2013~2014년 분식회계 규모가 1조5,342억원이라는 전날 감사원 발표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는 대상과 목표, 방법 등이 달라 분식의 전모가 드러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분식회계의 규모와 기간, 방식, 책임자 등 범행 전모를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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