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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키 해안참새

입력
2016.06.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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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6월 17일

더스키해안참새가 29년 전 오늘 멸종했다.
더스키해안참새가 29년 전 오늘 멸종했다.

해안참새의 아종인 더스키해안참새(dusky seaside sparrow)가 1987년 6월 17일 멸종됐다. 미국에서 가장 최근에 멸종된 척추동물로 알려져 있다.

해안참새는 미국 대서양에서 걸프만에 이르는 해수습지에 서식하는 텃새로 상당히 많은 아종이 있고, ‘더스키’는 플로리다 동부해안 그 가운데 메리트(Merritt)섬 습지에 주로 서식하던 종이다. 서식지 취향이 까다로워, 너무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해발 3~4.5m 고도의 코드그래스(cordgrass)라는 습지식물에 둥지를 만들어 번식하는 습성이 있었다고 한다. 종의 진화는 보편적이지 않고, 서식지 등 환경에 따라 개체군 별로 국지적으로 진행돼 긴 세월을 두고 차이를 축적한다. 1872년 처음 발견된 ‘더스키’는 다른 해안참새보다 깃털 색이 표나게 짙고 소리도 달라 이듬해 아종으로 분류됐다.

1963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인근 습지에 모기가 기승을 부리자 방제당국이 습지를 침수시키는 모기통제프로그램을 시행한다. 메리트섬은 물에 잠겼고 ‘더스키’들은 하루아침에 둥지를 잃었다. 물이 빠진 뒤에는 우주센터와 디즈니월드를 잇는 습지 관통 고속도로가 건설됐고, 습지도 서서히 말라갔다. 1979년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FWS)이 ‘더스키’ 보존활동을 시작할 무렵 확인된 개체 수는, 기록마다 다르지만 가장 많은 게 7마리였다. 그나마도 모두 수컷이었다. 마지막 암컷이 언제 어떻게 숨졌는지는 물론 아무도 모른다.

유전자 분석 결과 ‘더스키’와 일반 해안참새의 미토콘드리아DNA상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포유류와 조류의 DNA 진화율은 통상 100만년에 약 2~4%라고 한다. 학자들은 ‘더스키’가 일반 해안참새를 마지막으로 접촉(교미)한 게 약 25만~50만 년 전으로 추정했다. 그들은 생존한 ‘더스키’ 수컷들을 월트디즈니 월드리조트의 디스커버리 아일랜드 자연보호구역 내 보호지구에서 특별 관리하며 일반 해안참새 암컷들과의 아종 교배를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였고, 과학자들도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저 긴 세월 동안 스스로를 유폐했던 ‘더스키’들로서는 종의 보존보다 종의 자존이 더 중요한 가치였을지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약 13살 된 ‘더스키’가 29년 전 오늘 세상을 떴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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