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관리 태만’ 책임자로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을 지목하면서 그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되고 있다. 국책은행 수장 자리에서 대우조선의 1조5,000억원 분식회계를 방치한 그가 한국 대표 자격으로 AIIB의 부총재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홍 전 회장이 맡고 있는 역할이 500억달러(약 58조원) 자금을 운용하는 AIIB의 리스크 관리여서 한국의 대외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오전 홍 전 회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향후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인사혁신처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공직 후보 관리에 활용되는데, 홍 전 회장의 향후 공직 진출은 사실상 막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홍 전 회장이 현재 맡고 있는 AIIB 부총재 직 유지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향후 추가적인 공직 진출에만 영향을 주는 데다, AIIB 인사권이 우리 정부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과거 사례 등을 비춰볼 때 홍 전 회장도 AIIB 부총재 직에서 자진해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된다. 앞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우리은행장 시절(2005~2007년)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2009년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당시 맡고 있던 KB금융지주 회장 직을 내려놓았다.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도 2011년 하나캐피탈 사장 재직 시절 투자손실을 야기한 것이 3년 뒤 금융당국의 제재로 이어져 행장 직에서 물러났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책임으로 따지면 홍 전 회장 쪽이 훨씬 더 무겁다”며 “아무리 국제기구라고 하더라도 청와대나 정부가 결단을 내리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장 재직 당시 성동조선해양의 부실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이번 문책 대상에 포함된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역시 현직 유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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