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인 전모(57ㆍ여)씨는 기도회에서 만난 이모(45)씨와 2005년 5월 결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곧 죽을 것”이라며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씨는 인격장애성 정서불안 증세를 앓고 있었다. 진짜 남편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 전씨는 거액의 보험금을 가로채기로 마음 먹었다.
전씨는 10년에 걸쳐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우선 이듬해 3월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는 무배당종신보험에 가입했다. “해외 부동산 임대수익과 금융수익으로 월 1,700만원을 벌고 있고 70억원 상당의 유로화도 갖고 있다”고 보험사를 속여 나중에 받을 보험금 수령액수를 대폭 높였다. 이어 남편을 설득해 금식기도원에 들어가게 했다. 이씨가 기도원에 들어가고 약 6개월 뒤인 2007년 7월 경찰에 “남편이 가정불화로 6개월 전 가출해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실종신고서를 냈다. 5년 후에는 법원에 실종선고를 청구해 마침내 2014년 5월 서울가정법원에서 남편의 실종선고를 받았다. 매월 261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감당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던 전씨는 사망보험금 15억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전씨의 바람과 달리 남편 이씨는 죽지 않았다. 10개월 만에 기도원에서 나온 이씨는 전씨와 연락이 끊겨 거리를 전전했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이 실종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경찰에 알려 2012년 4월 실종신고는 해제됐다. 하지만 실종신고 해제 사실이 법원에는 통보되지 않은 탓에 실종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완전 범죄를 꿈꿨던 전씨는 “보험금을 수령한 후 개명을 하고 주소지와 전화번호를 계속 바꾸는 게 의심된다”는 보험사의 수사 의뢰로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전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세 자녀의 유학비가 필요해 범행을 꾸몄다”고 말했다. 전씨는 보험금으로 서울 도심의 아파트와 오피스텔도 구입해 거액의 임대료를 챙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선고의 기초 사실인 실종신고가 해제될 경우 곧바로 법원에 통보되게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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