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전격 결정… 친박 강력 반발
새누리 126석으로 다시 원내 1당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20대 총선 공천파동 속에 탈당해 무소속 당선된 유승민 윤상현 의원 등 7명의 일괄 복당 허용을 전격 결정했다. 유 의원을 포함, 이미 복당을 신청한 의원 4명의 가세로 새누리당은 122석에서 126석으로 원내 1당이 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괄 복당 결정 이후 17일로 예정된 고위 당정청 회의가 취소되고, 당청 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파장이 확산되자 거취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인으로 지목한 바 있고, 윤 의원은 친박계 주도의 공천파동의 장본인이었다.
이날 혁신비대위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무기명 표결을 통해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배석자 없이 진행된 회의에서 복당 대상자에 유 의원을 포함시킬지를 놓고 비대위원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복당 반대 쪽에서는 “전통적 지지세력의 이탈이 감지되는 만큼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복당 허용 쪽에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중도 개혁 세력을 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비대위원장이 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을 수용해 진행된 무기명 투표에서 일괄 복당 찬성 표가 과반수(6표 이상)를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욱 대변인은 “비대위는 복당 문제의 해결이 당의 쇄신과 혁신을 위한 출발점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복당 결정에 유승민 의원은 “저의 오랜 집 새누리당으로 돌아간다”며 “국민이 원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보수 개혁과 당의 화합을 위해 당원으로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윤상현 의원은 “당의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위해 온몸을 던져 헌신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라는 우산 아래 화학적 결합을 해서 용광로 정치를 해 달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며 ‘계파정치의 종언’을 언급했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김태흠ㆍ김진태 의원은 “유 의원 복당 결정은 의원총회를 열어 전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비대위 결정을 공개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에 당과 아무런 사전 교감이 없었다”면서 “복당 문제가 안건으로 다뤄지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고 당혹스러워 했다.
친박계와 청와대의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김 비대위원장은 20대 국회 첫 고위 당정청 회동 불참을 통보했다. 김선동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자청해 “김 위원장이 무거운 심정을 갖고 당사를 떠나셨다”며 “거취 문제까지 심각히 고민하실 듯 하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과 무관하게 비대위 의결에 따라 이미 복당 신청을 한 강길부ㆍ유승민ㆍ안상수ㆍ윤상현 의원 등 4명은 복당이 이뤄졌다. 당의 공식 유감 표명을 요구하며 복당 신청을 미루고 있는 주호영 장제원 이철규 의원 등 3명의 복당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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