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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천도론(遷都論)의 부활

입력
2016.06.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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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대선 공약대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등 주요 국가기관을 모두 공주ㆍ연기 지역 즉 지금의 세종시로 이전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가로막혔다. 헌재는 관습헌법상 서울은 수도이고 수도 이전을 위해서는 헌법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그에 따라 헌재가 수도에 있어야 할 국가기관으로 꼽은 국회 청와대 대법원 헌법재판소 및 일부 행정부처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고 우여곡절을 거처 오늘의 세종시가 탄생했다.

▦ 그러다 보니 당초 목표로 했던 수도권 집중 현상 완화와 지방균형발전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고 대신 국가기관이 세종시와 서울로 갈라지는 바람에 낭비와 비효율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느라 길바닥에 쏟아버리는 돈과 시간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불랙 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서울중심주의, 수도권 불패ㆍ팽창 신화는 여전하고 그 반대 편에서 지방은 더욱 쇠락해 가고 있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진입 규제가 유지되면서 성장동력을 갉아 먹는다고 아우성이다.

▦ 이런 가운데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국회와 청와대를 모두 세종시로 옮기자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천도론의 부활이다. 경기지사가 국회와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론을 제기한 것은 엉뚱해 보이지만 이유를 들어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기도 인구가 2020년에 1,700만명이 되고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60%가 수도권에 살게 되니 국가균형 발전 차원에서 수도 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수도 이전은 경기도의 족쇄인 수도권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근본대책이 돼 새로운 국가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도 했다.

▦ 남 지사의 천도론은 요즘 뜨거운 이슈인 개헌론과 맞닿아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자신도 “지금과 같은 정치구조로 가선 안 된다”며 개헌 필요성에 적극 공감을 표시하고 여기에 수도 이전 논의를 포함하자고 연결고리를 걸었다. 수도 이전이 개헌사항이라는 헌재 결정에도 부합하는 접근이다. 경기도의 야당 의원들도 환영하며 힘을 실었다. 권력구조 개편만의 개헌도 힘든데 수도 이전까지 얹어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87년 체제 극복 등 대한민국 리빌딩 차원에서 함께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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