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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 /호남의 천년고도, 목사고을 나주

입력
2016.06.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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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모습 되찾기 한창

나주읍성ㆍ4대문 복원

금성관ㆍ나주향교 등 새단장

2018년 전라도 정도(定道)

1000년 맞춰 각종 사업 마무리

전남 나주시 나주읍성에 복원된 동점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남 나주시 나주읍성에 복원된 동점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남 나주는 영산강 고대문화의 시원지이자 고려건국과 조선개국의 역사를 열었던 호남의 천년고도(千年古都)다. 삼국시대 축조되어 영산강 고대문화의 신비를 2,000년 동안 간직해 온 반남고분군이 있고 천년고도를 위용을 알리는 금성관 등 문화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고려 성종 2년(983년)에 전국을 12목으로 편제할 때 처음 나주목으로 된 후로 1895년 나주관찰부가 설치될 때까지 천년을 호남을 대표한 역사문화도시다. 고려 현종 9년(1018년) 전국이 5도로 나눌 때 전라도에 포함됐으니, 오는 2018년이 전라도 정도(定道) 1,000년이 된다.

나주는 왕건이 궁예의 명을 받아 신안 등 서해 전투를 승리한 뒤 나주에 머물면서 오씨를 아내로 맞이한 곳이다. 오씨는 뒷날 혜종의 모후인 장화황후가 됐고 왕건과 장화황후가 처음 만난 곳이 완사천으로 현재 나주시청 앞에 남아있다.

이처럼 유수한 역사를 간직한 나주시가 천년고도의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역사문화도시 나주의 심장인 나주읍성과 4대문을 복원하고 그 안에 있는 금성관과 나주향교 등 문화유산들을 새롭게 단장해 이 일대를 ‘살아있는 박물관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나주시의 구상이다. ‘나주읍성 살아있는 박물관 도시 만들기’사업은 광주ㆍ전남 공동혁신도시(빛가람도시)가 입주를 계기로 날로 심각해지는 옛 도심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고 호남의 역사문화 중심도시로서 위용을 되찾기 위한 것이다.

전남 나주향교를 찾은 관람객들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는 나주향교를 참조해 임진왜란 때 불탄 성균관을 새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나주시 제공
전남 나주향교를 찾은 관람객들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는 나주향교를 참조해 임진왜란 때 불탄 성균관을 새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나주시 제공

나주읍성과 4대문 복원 사업

나주읍성은 영산강을 무대로 고려에서 조선시대까지 약 1,000년 동안 전남의 역사문화수도였던 나주목의 치소(행정기관)가 있던 호남 최대의 읍성이다. 조선후기 곡식 세금 전국 1위, 인구 전국 5위였던 나주목답게 읍성안에 남아있는 관아의 규모와 위상은 전국 제일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이러한 중요한 유산들이 많이 훼손되는 아픔을 겪었다.

나주읍성의 전체 길이는 약 3.7㎞로 이곳에 동점문, 서성문, 남고문, 북망문 4대문이 있다. 4대문 복원사업은 1993년 남고문 복원을 시작으로 2006년 동점문, 2011년 서성문(영금문) 복원을 마쳤고 현재 북망문과 서성벽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북망문 복원 사업은 올 연말 끝날 예정이다.

나주읍성의 성벽은 군데군데 옛 모습의 흔적이 남아 있으나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전체적인 복원은 어려운 상태다. 시는 우선 동점문 주변 동성벽 복원을 추진하고 나머지 일부 성벽도 연차적으로 복원해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는 올해 10억원을 들여 전국 최대 지방 궁궐 및 성문인 나주읍성 4대문과 금성관에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할 방침이다. 이들 문화자원을 관광객에게 야간 개방함으로써 원도심 활성화는 물론 천년 역사도시로서 위상을 높이고 남도의 대표 읍성문화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함이다.

전남 나주시 나주읍성 북망문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남 나주시 나주읍성 북망문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나주읍성 살아있는 박물관 도시 조성

시는 올해부터 5년간 100억원을 들여‘나주읍성 살아있는 박물관 도시 만들기’ 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국토교통부의 공모사업으로 나주읍성권 도시재생을 위해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객 및 주민편의사업과 고샅길 복원, 영산강과 연계한 자전거길 정비, 마을생태박물관 조성 등이 골자다.

나주금융조합, 금남금융조합, 나주중앙교회 등 문화자원을 활용한 근대문화예술특화와 나주향교 가는 길에 조선시대 향토음식거리가 조성된다. 마을마다 생태박물관을 지어 쌀박물관과 정미소체험, 전통카페 등으로 활용하고 고샅길을 정비해 ‘신숙주한글거리’, ‘백호임제황진이거리’, ‘장화황후거리’ 등의 이름을 붙여 관광자원화 하는 등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도 펼치기로 했다.

특히 조선 순조1년(1801년) 신유박해 때 다산 정약용과 형 정약전 형제가 강진으로 유배지로 향하기 전 마지막 이별의 술을 마셨다는 율정점(栗亭店ㆍ서문주막)을 복원키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시는 올해 문화재 보수정비에 103억원을 들여 도심에 산재한 문화재를 정비해 역사문화도시 조성에 나선다. 40억원을 들여 북망문을 복원하고 20억원을 투입해 금성관 옆 연못터를 정비할 계획이다. 우선 4대문 복원과 함께 현재 옛 도심에 밀집된 문화유산을 활용해 전통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통문화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도시재생의 선순화 구조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나주 문화발전소 역할을 할 ‘나비센터’

나주시는 1970년대 건립돼 20여년 동안 가동되다 흉물로 남은 금계동 옛 잠사(蠶絲)공장을 고쳐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칭‘나주 나비(羅飛ㆍNAVI-Naju Artistic Vision Innovation)센터’조성 사업은 문닫은 산업시설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바꿔 주민들에게 문화공유기회를 넓히자는 취지다. 잠사공장은 부지 5,117㎡, 건축면적 1,725㎡ 규모로 6동의 건물과 굴뚝 1동이 있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시는 이 곳에서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과 교육을 맡고 전시 공간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문화재생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하고 문화예술의 소비와 유통이 이뤄지는 창조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비센터는 내년 개관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금 이곳에선 / 1872년 나주시 고지도. 나주시 제공
지금 이곳에선 / 1872년 나주시 고지도. 나주시 제공

나주읍성 안에 산재한 유적들

나주읍성 안에 있는 금성관은 왕을 상징하는 지방궁궐이다. 고려에서 조선까지 사용했던 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크고 화려함을 자랑한다. 중앙에 정청(政廳)이 있고 동서쪽에 날개처럼 부속건물이 있다.

금성관 좌측엔 조선시대 나주목사의 관사로 쓰이다가 1980년대 후반까지 나주군수가 생활하였던 ‘금학헌’이 있다. 2009년부터 한옥 체험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 곳에서 잠을 자면 좋은 일이 생겨나서 소원을 이루는 명당으로 전국에 잘 알려졌다.

금학헌 옆에는 나주향교가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와 격식을 갖춘 곳으로 임진왜란 대 서울의 성균관이 불타 없어지자 나주향교를 참조해 다시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 곳에는 태조 이성계가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우뚝 서있다.

이 밖에도 나주가 나주목으로 전라남도 일대 관할할 당시의 역사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나주목문화관과 나주목 관아의 정문인 정수루가 있다.

한편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는 오는 2018년 ‘전라도 정도(定道) 1,000년’기념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고려 현종 9년(1018년) 강남도(江南道)와 해양도(海陽道)를 합쳐 전라도(全羅道)로 이름이 정해진 1,000년을 기념하는 사업이다.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의 이름을 따서 만든 만큼 나주가‘정도 1,000주년’기념 행사의 주무대가 될 전망이다.

김종순 나주시 문화재관리팀장은 “전국 5대 읍성으로 하나로 거론될 정도로 규모를 자랑하는 나주읍성 4대문 복원사업이 올해 말 끝나면 역사문화도시로서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원도심 재생사업과 맞춰 주민들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복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나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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