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보유 현금 비중 9ㆍ11 테러 이래 가장 높아
엔화 가치도 연일 급등세
금값은 9거래일 연속 상승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ㆍBrexit)를 결정할 국민투표(현지시간 23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만 몰리는 극도의 불안심리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보유 비중이 15년 만에 최고로 치솟는가 하면, 선진국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채권값 상승)를 경신하고 금값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 찬반 의견이 초박빙을 보이면서 영국발(發) 경제충격이 현실화될 거란 우려가 커지자 국제금융시장은 16일에도 크게 출렁였다. CNN머니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보유 비중이 이달 들어 5.7% 상승하며 9ㆍ11 테러 직후였던 2001년 이후 가장 높을 만큼 전세계 투자자금이 연쇄 이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는 연일 급등세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6.3엔으로 출발했던 엔화는 장중 한때 103.55엔까지 하락, 아베노믹스의 상징선인 105엔마저 허무하게 무너졌다. 엔화 환율이 103엔대까지 주저 앉은 건 201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기대가 무너진데다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엔화 가치 급등으로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 하락한 1만5,434.14로 마감,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도 0.86% 하락한 코스피지수는 최근 6거래일 연속 내림세다.
투자금이 안전한 선진국 국채에 쏠리면서 주요국 국채 금리는 연일 사상 최저치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이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마이너스(-) 0.212%로 사상 처음 -0.2% 아래로 내려갔고, 5년물 금리도 -0.307%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앞서 장을 마친 15일(현지시간)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 국채 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14일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독일 10년물 금리는 15일 -0.01%로 장을 마쳤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또 다른 안전자산 금값은 9거래일 연속 오르며 15일 온스당 1,288.3달러를 기록, 이달에만 6.1%가 올랐다. 제임스 스틸 HSBC 원자재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가 확정되면 금값은 온스당 1,4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렉시트 공포는 향후 경기 전망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내년 중반 수요ㆍ공급이 균형을 이룰 거란 국제에너지기구(IEA) 최근 전망에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하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브렉시트로 유럽 경제 위축을 우려한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로 대응에 나설 경우 파운드화ㆍ유로화의 동반 약세가 진행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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