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美 대선 동시에 의회 선거… 승리의 ‘옷자락 효과’ 아시나요
알림

美 대선 동시에 의회 선거… 승리의 ‘옷자락 효과’ 아시나요

입력
2016.06.16 20:00
0 0
미 의회 의사당. 게티이미지뱅크
미 의회 의사당. 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미국 대통령 당내 경선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민주ㆍ공화 양당 후보가 사실상 확정되어 이제 7월말 전당대회에서 최종 확인만 하면 된다. 비로소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두 후보를 둘러싼 본격적인 본석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은 선거 기간 중 트럼프와 클린턴의 부침을 누구보다도 예의주시할 이들이 또 있다. 미국의 선출직 정치인들이 그들이다.

한국에서는 대선 투표일로만 알려졌지만, 11월8일에는 대통령만 뽑지 않는다. 전체 100명 중 34명의 연방 상원의원, 435명의 연방 하원의원 전원, 50명 중 12명의 주지사, 그리고 상당수의 주 상ㆍ하원의원과 기타 정치인들이 동시에 선거를 치른다. 이중 많은 정치인들의 당선여부가 대선 후보 당락에 의해 결정되는데, 민주ㆍ공화 양당의 깃발을 달고 같은 유권자들 대상으로 상대 후보와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이 연방의회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왔다. 대선이 같이 치러지는 때에는 ‘코트테일 이펙트’(coattail effectㆍ옷자락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이 관찰되며, 연방의회 선거만 따로 열리면 “중간선거 손실”(midterm loss) 효과가 예측된다.

‘코트테일 이펙트’는 겨울에 입는 긴 코트의 뒤편 옷자락에 빗댄 표현인데, 투표 용지 맨 위에 위치한 대통령 후보와 그 아래 놓인 같은 정당 소속 상ㆍ하원 의원 후보들이 운명을 같이 함을 뜻한다. 따라서 선거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연방의회 선거에서 의석 수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수정헌법 17조에 의거 1914년 처음으로 국민들이 직접 연방 상원의원을 뽑기 시작한 이래, 평균적으로 상원의 2.6석 정도를 대통령 정당이 더 가져갔는데 이는 재선이 치러지는 33~34개 의석 중 8%에 달하는 정도이다. 하원도 같은 시기에 평균적으로 17.08석(전체 의석의 4%) 정도를 대통령 정당이 추가 획득했다.

/그림 2 1914년 이후 미국 연방 상ㆍ하원 선거 의석수 변화 추이. ’코트테일 이펙트’가 확인된다.

코트테일 이펙트의 이유에 대해서는 대개 ‘정당일체감’(party identification)의 영향을 지목한다. 많은 미국인들이 부지불식간에 평소 자신이 소속감을 느끼는 정당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투표를 한다. 또 연방의회 선거까지 신경을 쓰고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여력이 안 되는 많은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잘 알고 있는 대선 후보에 대한 호불호에 기반해 상ㆍ하원 의원을 선택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는 대통령 도움으로 당선된 상ㆍ하원 의원들이 이후 대통령 정책에 강한 지지를 보태며 ‘책임감 있는 정당정치’(responsible party government)를 구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반면, 혼탁한 대선과 이미지 정치의 확산으로 전국 정치(national politics)가 각 주의 다양성을 덮어버리는 경향도 있으며, 돈과 미디어를 기반으로 인물 중심의 선거운동이 늘어나 정책을 둘러싼 토론이 뒤편으로 밀려나는 부작용도 있다.

특히나 코트테일 이펙트는 2차 대전 이후 198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가 1990년대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정당양극화 (party polarization)로 인해 ‘분할투표’(split-ticket votingㆍ한 유권자가 여러 명의 공직후보로 각기 다른 정당 출신을 뽑는 현상)가 줄어들고 자신의 소속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 탓으로 알려져 있다.

중간선거 손실은 코트테일 이펙트의 정반대 현상이다. 현직 대통령이 속한 정당 후보들이 대선이 치러지지 않는 중간선거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중간선거에서 대통령 정당은 의석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상원의 경우 1916년 이후 현재까지 평균적으로 4석이 감소했는데, 이는 재선 대상이 되는 의석의 12% 정도이다. 하원의 경우도 같은 시기에 대통령 정당 의석이 평균적으로 30.85석이나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을 들 수 있다. 2001년 9.11 테러 같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통령 지지율은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대통령 소속 정당을 중간선거에서 심판하게 된다. 또 대통령 정당을 지지하며 지난 대선에서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 중 많은 이들이 중간선거에서 기권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의 이런 성향을 미리 파악하고 있는 후보자들 중 경쟁력 있는 신인들은 중간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꺼리기도 한다.

2016년은 대선과 연방의회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에 코트테일 이펙트를 관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실 올해는 재선을 앞두고 있는 34석의 상원의원 자리 중 24석의 현직 의원이 공화당 출신이어서 구도 자체는 공화당이 불리하다. 또 코트테일 이펙트 논리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가 대선 선거과정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들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데, 이 중에 불과 5석만이라도 민주당에 빼앗기면 상원 다수당 지위까지도 통째로 넘겨주게 된다. 격전이 예상되는 일리노이와 위스콘신은 현재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으며, 플로리다 뉴햄프셔 펜실베니아는 혼전 양상이다. 최근 멕시코계 판사를 비판하는 트럼프 발언에 많은 의원들이 즉각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원의 경우 민주당 클린턴 후보가 승리하고 이에 따른 코트테일 이펙트가 있더라도 그 효과가 상원에 비해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30석 이상을 민주당이 추가로 가져 와야 하는데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혼전이 예상되는 지역구 중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이는 곳은 1곳 정도(네바다 4지역구)이고 민주ㆍ공화 양당의 후보들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구도 12개 정도뿐이다.

아울러 연방의회 선거는 아니지만 주지사 선거도 코트테일 이펙트가 역사적으로 관찰되어 왔다. 올해는 총 12곳에서 주지사 선거가 있는데, 연방 상원과 달리 구도 자체는 민주당에 불리하다. 8개 주에서 현재 민주당 출신이 주지사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중 5개 주에서는 주지사 임기제한(term limit)이 있어서, 현직의 이점을 살리기도 힘든 형편이다. 총 50개 주 중에서 현재 31개 주의 주지사가 공화당 출신인데, 코트테일 이펙트가 과연 있을지 또 있다면 어느 정도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박홍민ㆍ미국 위스콘신대(밀워키) 정치학과 교수

표: 선거별 대통령 소속 정당의 상하원 의석수 증감

출처: 미국 상-하원 공식 홈페이지 (www.senate.gov, www.house.gov)

박홍민 교수
박홍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