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4월 20대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펼친 시민단체들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2000년대 초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시작돼 선거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낙선운동에 대해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건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6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의 4ㆍ13총선 낙선운동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 참여연대 사무실과 관계자 자택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고 16일 밝혔다.
전국 1,000여 개 시민ㆍ사회단체 및 34개 지역단체로 구성된 총선넷은 총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의정활동 등을 토대로 낙천ㆍ낙선 명단을 작성해 발표했고, 국가기관과 관변단체의 선거개입을 점검하는 감시운동과 투표독려운동도 병행했다.
하지만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넷이 낙선운동 과정에서 후보자의 얼굴 사진을 게시하지 못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93조항과, 사전 신고 없이 설문조사를 할 수 없게 한 108조항을 위반했다며 4월 안진걸 총선넷 공동운영위원장과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시민단체들은 “유권자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치탄압”이라며 경찰의 압수수색에 즉각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종로구 통인동 사무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당국이 자의적 판단에 근거해 수사에 착수했다. 과잉수사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선거는 유권자의 축제인데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을 선택해 보고 어느 후보가 나쁜지 가려보자는 것이 죄가 되는지 묻고 싶다”며 “경찰과 선관위가 유권자 운동을 불순한 행동으로 취급해 억누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으로 지적한 ‘Worst10(최악의 후보) 설문조사’는 후보간 선호를 가리는 조사가 아니라 심판 대상을 뽑아 달라는 온라인 낙천ㆍ낙선운동의 일환이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후보자의 이름과 사진을 명시한 행위 역시 이름과 얼굴을 지우거나 구멍을 뚫고 기자회견을 진행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선관위 고발 내용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압수물을 토대로 법리 검토를 한 뒤 피고발인 소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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