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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뱅크런 막아라”… 입구 넓히고 출구 좁힌다

입력
2016.06.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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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선물환 포지션 40%로 상향… 단기외채 유입 용인

외화 유동성 쌓는 LCR 규제 도입… 유출 안전판 강화

전문가들 “당장 단기외채 급증 가능성은 없어”

정부가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한도를 높이는 동시에, 외화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 위기 상황에서 발생할 급격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외화 자금이 들어올 문턱은 낮추면서 유출을 막을 안전판은 좀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밀물 방지’서 ‘썰물 대비’로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제38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우선 정부는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국내은행 한도는 30%에서 40%로, 외국은행 국내지점 한도는 150%에서 200%로 확대된다.

선물환이란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하기로 약속한 외국환인데,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은행들의 외화 단기차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출기업들은 향후 달러가 유입될 때 달러 가치 변동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선물환을 팔고, 은행이 이를 받아줘(선물환 매수) 거래가 성사된다. 이 때 은행은 선물환 매수에 따른 위험을 피하고자(헤지) 현물환을 매도하고, 이를 메울 달러를 단기 차입해야 한다.

그간 정부는 이런 식으로 외화 단기차입이 늘면 지나치게 단기외채 비중이 증가할 걸 우려해, 단계적으로 은행들이 선물환을 거래할 수 있는 한도(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낮춰 단기차입을 규제해 왔다. 하지만 2008년 1,490억달러(전체 외채 대비 47.1%)에 달했던 단기외채가 올해 1분기 1,028억달러(26.6%)까지 줄면서 단기차입 위험은 예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또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그간 유입 일변도이던 외화자금 흐름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향후 미국 대선, 금리 인상, 브렉시트 국민투표 등 이벤트로 외화자금 유출 압력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외화자금이 들어오는 문을 더 넓혀, 유사시 자금이 빠져나가는 충격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선물환 포지션 확대가 외화 수문의 개방 폭을 조절하는 조치라면, LCR 규제 도입은 외화가 빠져 나갈 때 금융시장이란 둑이 무너지지 않게 방벽을 튼튼히 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LCR은 은행의 대량 자금 이탈(뱅크런)을 가정한 상황에서 한 달 간 빠져 나갈 외화 대비 즉시 현금화 할 수 있는 고(高) 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이게 높으면 자금이 급격히 빠지는 위기에서도 은행은 외부 자금 수혈 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

LCR은 지난해 7월 도입돼 지금은 권고만 하는 규제인데, 정부는 내년부터 이를 모든 은행이 지켜야 할 공식 규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내년에 시중은행이 지켜야 할 LCR 비율은 60%이고, 2019년까지 매년 10%포인트씩 상향된다. 특수은행(기업은행ㆍ농협ㆍ수협)은 내년 40%로 시작해 2019년까지 매년 20%포인트씩 높여야 한다.

외환규제 변동 영향은

선물환 포지션 확대와 관련, 전문가들은 유입 창구를 더 넓혀도 당장 단기 외채가 급격히 늘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한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화 차입 수요가 가장 많았던 산업이 조선업인데, 지금은 조선업이 나빠지면서 차입 자체가 많지 않다”며 “당장 시장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상황이 나빠질 때를 대비해 좀 더 넓은 버퍼(여유)를 주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LCR 역시 새로운 규제가 생기는 것이지만, 은행들이 이미 지난해부터 당국의 권고로 준비를 해 온 상황이라 당장 비율을 맞추기가 부담되는 정도는 아니다. 이미 대부분 은행의 LCR 비율은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은행들이 LCR 비율을 맞추느라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줄일 우려가 있는데, 이 경우 금융위원회가 LCR 비율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도 마련됐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일반은행도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플레이어로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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