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태현(35)은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에서 결혼 보름 만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인물로 나온다. 충격과 슬픔이 큰 만큼 그를 잊지 못하는 건 가족들이다. 진태현은 극중 유민호(노주현)의 아들이자 이지선(서지혜)의 남편으로 나오는데, 이지선은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남편의 사진을 보고 혼잣말을 한다.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을 떠올리며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고 스스로 위안을 받는 아내의 모습은 애처롭다. 유민호의 방 책상에도 아들이 생전에 며느리와 함께 찍은 웨딩 촬영 사진이 놓여 있다. 그렇게 진태현은 드라마 속에서 한 가족의 비극의 중심에 서 극의 쓸쓸함을 이끈다.
흥미로운 건 진태현의 드라마 출연 방식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직접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다. 화면에 얼굴이 잡힌 건 모두 사진을 통해서였다. 직접 나오진 않지만 지난 2월부터 방송된 드라마에 여러 번 사진으로 등장해 실제 활동하는 인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존재감은 상당하다. 극 중 승균이란 배역 이름까지 있고, 가족들로 하여금 이름이 불린 적도 여러 차례이기 때문이다. 진태현은 실제 촬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첫 방송 전 서지혜와 서울 여의도의 한 스튜디오에서 웨딩 사진 촬영을 했다.
그렇다면 드라마에 사진으로만 출연한 진태현은 출연료로 얼마를 받을까. 16일 드라마 제작사인 삼화네트웍스 관계자에 따르면 진태현은 출연료를 받지 않는다. 진태현은 현재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에서 도도그룹 계열사 사장이자 비중 있는 악역 도광우로 나온다. 무명도 아닌 데뷔 15년 차 배우가 사진 출연이긴 하지만 드라마를 위해 직접 촬영까지 했는데 출연료를 받지 않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진태현의 ‘그래, 그런거야’ 속 ‘무료 등장’은 드라마를 연출하는 손정현 PD와의 친분으로 이뤄졌다. 진태현은 앞서 손 PD가 연출한 ‘천사의 유혹’(2009)과 ‘내 연애의 모든 것’(2013)에 출연했다. 이 인연을 바탕으로 진태현이 출연료도 받지 않고 손 PD의 신작 드라마에 사진 출연으로 힘을 보탠 것이다. 두 사람은 평소 등산을 함께 다닐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배우들이 드라마 속 사진 출연 때 무료로 봉사를 하는 건 아니다. 여러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송에 배우를 출연시키지 않고 사진만 쓸 때에도 배우에게 기존 회당 출연료의 30%를 지급한다. 일종의 초상권료 지불인 셈이다.
드라마 속에서 사망했을 때, 사진 외에 회상 장면에 배우가 다시 등장할 때도 있다. 이 경우에도 출연료는 발생한다. 한 드라마제작사 관계자는 “옛 촬영 영상을 사용할 때는 회당 출연료의 50%를 지급한다”고 귀띔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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