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렉시트(Brexit)’라는 말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Britain’과 ‘Exit’의 일부를 따서 만든 것으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가리키는 말이다. 또 국내에서는 서울의 지하철 안전문(스크린도어) 사고와 관련하여 ‘메피아’라는 말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메트로’와 ‘마피아’의 일부를 따서 만든 말이다.
이 ‘브렉시트’ ‘메피아’와 같이 단어의 일부를 따서 만든 말을 혼성어라고 한다. 영어권에서는 ‘스모그(smoke+fog) 레포츠(leisure+sports) 브런치(breakfast+lunch)’ 등처럼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말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단어는 ‘메피아’ 외에도 ‘모티켓(모바일+에티켓)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 맛캉스(맛+바캉스)’ 등처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또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주로 외래어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반쪽이라도 외래어인 경우가 보통이다. 그렇지 않은 예로는 ‘라볶이, 차계부, 쌈추’ 등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우리말에서 단어의 일부를 따서 새말을 만드는 주된 방식은 ‘노조(노동조합), 몰카(몰래 카메라)’ 등처럼 첫 음절을 따서 만드는 것이다. 서구어에서 ‘EU(European Union)’처럼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드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단어는 혼성어와 구별하여 두자어라고 한다.
이에 비하면 혼성어는 우리말의 주력적인 조어법은 아니다. 그렇지만 외래어를 중심으로 점점 그 세력권을 넓혀 가고 있는데, 이러한 조어법이 얼마나 보편화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언젠가 ‘라이거’를 ‘사랑이(사자+호랑이)’로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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