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불균형이 용인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자체수입으로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전국적으로 75개나 되는 상황에서 2015년 법인지방소득세 증가액 8,300억원 중 5,200억원이 10개 지자체에 쏠려있다.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신설한 이후 지방재정의 총량은 증가하였지만, 지자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추가적 재정 분권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국민이 내는 세금의 50%를 지자체가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추가적으로 재원을 지방에 넘겨 지자체 간 재정 불균형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제는 사회적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지자체 상호 간 수평적 재조정조정을 통해 현재 지방이 사용하고 있는 총량적 재원을 함께 공유하고 나눠 갖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일종의 눔피(NOOMP) 현상인 지역간 재정할거주의다. 지자체 간 수평적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은 좋지만 내 지갑에서는 안 내놓겠다는 인식을 깨야 한다. 이를 통해 공생적 지방재정생태계를 형성해야 지방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지방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제시한 법인소득세의 시군 공동세 전환 및 시군 조정교부금제도 개선 방안은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설계된 정책구상이다. 이 중에서도 도(道)가 시군 지자체를 대상으로 재정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운용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인 조정교부금 개선 방안은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군 조정교부금제도 개선의 요체는 현재 경기도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특례제도를 통해 조정교부금 배분이 왜곡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경기도는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 우선배분 특례제도를 통해 재정력이 우수해 지방교부세를 지원하지 않고 있는 6개 시군(수원 성남 고양 과천 용인 화성)에 조정교부금 재원의 52.6%를 몰아주고 있다. 그 나머지를 경기도 관내 25개 시군에 나눠주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도 지역 지자체 상호 간 수평적 재정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구가 유사한 안양시와 화성시의 2015년도 조정교부금 배분 결과를 분석해 보면, 화성시가 안양시(724억원)에 비해 4배나 많은 3,007억원을 배분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배분방식의 영향이 경기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곡된 특례제도로 인해 다른 지자체에 배분되어야 할 지방교부세 재원이 재정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경기도로 흡수되는 역재배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근본원인은 지역 간 경제력 격차라고 할 수 있다. 지역 간 균등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방재정의 지역별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완화하고 조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정교부금제도가 오히려 지자체 간 재정력 불균형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중대한 제도적 결함이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창출된 기득권을 지키려 하는 것은 전형적인 ‘지대추구(rent-seeking) 행동’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공생적 지역발전과 사회공동체적 질서를 잠식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행정자치부가 주창한 지방재정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지방재정제도 개선 과제의 성패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지역공생발전을 위한 사회공동체 의식의 성숙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행자부가 제시한 정책 구상을 성공시키기 위해 우리가 함께 공존의 지혜를 모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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