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밀수업자가 국내로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된 비단원숭이(common marmoset·학명 Callithrix jacchus) 2마리를 국립생태원에서 보호하고 있다. 브라질 북동부가 원산인 이 종은 넓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열대우림의 파괴와 더불어 애완동물 판매의 목적으로 밀렵되고 있다.
비단원숭이는 보통 몸길이 12~15㎝ 정도에 30~35㎝에 이르는 꼬리가 있다. 체중은 고작 250~300g 수준에 달하는 가장 작은 영장류 중 한 종이다. 성장을 하면 귀 안쪽에 흰색 긴 털이 나는 특징이 있다.
현재 비단원숭이 전체 개체군의 상황은 안정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는 관심대상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는 부속서 Ⅱ급으로 평가하여 상업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호 차원에서 개인의 소유나 거래를 제한하고 있고, 특히 등록되지 않은 불법소유에 대해서는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붙잡힌 밀수업자는 태국에서 비단원숭이를 밀거래 한 뒤 한국행 비행기로 몰래 들여오려 했다고 한다. 압수한 비단원숭이들은 암수 한 쌍으로 각각 52g(수컷), 63g(암컷)의 무게에 생후 4주 정도로 추정되었다. 태국에서 한국에 이르는 밀수 과정과, 밀거래 과정에서 탈진하여 인수 당시 수컷은 젖도 잘 먹지 못하는 상태였다. 국립생태원에서는 곧바로 검역절차에 돌입함과 동시에 포육을 시작했다.
워낙 어린 개체들인지라 입맛에 맞는 분유와 영양성분을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열대서식 동물이라 포육 환경조건을 맞추고, 잠재적으로 감염되었을 질병에 대한 점검도 소홀하지 않았다. 어린 개체들의 성장에는 햇볕도 매우 중요하여 정기적으로 하루에 두 차례씩 일광욕까지 실시한다.
새벽잠도 설쳐가며 3,4시간 간격으로 젖을 먹여 관리하는 동안 체중은 금세 2배로 늘어 이제 120g에 달했다. 적절한 운동은 근육과 골격발달에 필수인지라 검역장 내에 나뭇가지를 설치하여 운동장도 마련해 관리하고 있다. 개인의 일탈의 결과는 두 생명이 부모와 생이별하는 결과를 불러왔고, 이제 이 동물들은 낯선 극동아시아의 한국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지낼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한 가지 더 살펴봐야 할 게 있다. 바로 무서운 감염성 질병의 전파 가능성 문제다. 체계적인 검역검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야생동물 밀거래를 통해 해외악성질병이 대륙, 국가 사이에 전파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2004년 태국에서 벨기에로 밀수된 뿔매가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례가 적발된 적이 있다. 지난 2003년엔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 애완동물 도매상이 가나에서 소형설치류들을 수입했는데 이때 원숭이폭스바이러스가 미국에 유입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원숭이폭스바이러스는 이 도매상이 데리고 있던 프레리독을 구입한 사람에게까지 전염돼 47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우리 모두 지난 메르스 사태를 잘 기억하고 있다. 단 한 명의 감염으로 인해 얼마나 사회가 몸살을 앓았는지 알 수 있는 사례였다. 당시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3개월간 발생할 경우, 경제소비 위축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2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보고까지 있었다.
야생동물의 밀거래는 전 세계적으로 마약과 무기의 거래량에 맞먹을 만큼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비단원숭이 또한 원산이 브라질임에도 불구하고 태국의 불법 번식장에서 증식된 개체로 추정된다. 이러한 불법 번식장에는 온갖 질병들이 들끓고 잠재적 감염성 질병 전파의 주 경로가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남미의 질병이 동남아시아로 혹은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로 전파될 수 있는 개연성이 너무도 뚜렷하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전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사명이며 전 지구적 신흥 감염병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야생동물의 밀수와 밀거래는 철저히 차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들 생명과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기본이 된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