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롭게 세상을 떠난 비운의 역도스타 고 김병찬을 기억할 공간이 마련된다.
강원도 역도연맹은 다음 달 완공하는 체육회관에 김씨의 메달과 상장 등을 전시하는 방법을 우선 고려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연맹 측에 따르면 김씨의 이복형제가 메달을 비롯한 유품에 대해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메달 10여 개와 상장을 체육회관에 전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울러 국민체육진흥공단도 현재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에 공사 중인 국립체육박물관에 김씨의 메달과 유품 전시가 가능하다는 의사를 강원도 역도연맹에 전해왔다. 국민체육공단과 강원 역도연맹은 조만간 보관방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늦었지만 한 때 세계를 들어올렸던 역사(力士)를 추억할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병찬은 한국체대에 재학 중이던 지난 1990년 베이징(北京)아시안 게임 남자역도 90㎏급에서 대표팀 선배 이형근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듬해 아시아선수권 금메달과 독일 도나우에싱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용상 은메달, 합계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 역도의 중량급 계보를 잇는 스타로 성장했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그는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아쉽게 선수 생활을 접었고, 은퇴 뒤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난해 6월 강원 춘천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특히 최근 김씨가 생전에 목에 걸었던 메달과 상장, 신문스크랩, 대학 졸업 앨범 등이 고물상에 처분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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