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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유탄 맞은 터키…IS 테러와 난민 유입 등으로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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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유탄 맞은 터키…IS 테러와 난민 유입 등으로 혼돈

입력
2016.06.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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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터키 이스탄불 베야지트 지역의 웨즈네지래르 전철역 인근 폭탄테러 발생 장소에 마련된 장미를 헌화할 수 있는 추모장소를 행인들이 바라보고 있다. 추모객들이 헌화한 장미꽃과 함께 팻말에는 "테러를 저주한다"라고 쓰여있다.
11일 터키 이스탄불 베야지트 지역의 웨즈네지래르 전철역 인근 폭탄테러 발생 장소에 마련된 장미를 헌화할 수 있는 추모장소를 행인들이 바라보고 있다. 추모객들이 헌화한 장미꽃과 함께 팻말에는 "테러를 저주한다"라고 쓰여있다.
11일 터키 이스탄불 베야지트 지역의 웨즈네지래르 전철역 인근 폭탄테러 발생 장소. 장미를 헌화할 수 있도록 마련한 추모장소에서 행인들이 건너편 폭발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11일 터키 이스탄불 베야지트 지역의 웨즈네지래르 전철역 인근 폭탄테러 발생 장소. 장미를 헌화할 수 있도록 마련한 추모장소에서 행인들이 건너편 폭발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발생한 아랍의 봄은 리비아, 이집트 등을 거쳐 시리아에 도달했다. 2011년 3월 시리아를 뒤덮은 민주화 시위는 그러나 탱크를 앞세운 정부의 강경 진압에 비극으로 변했다. 시리아 전역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하자 시리아 정부군에 대항하기 위한 무장 반군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고 시리아는 본격적인 내전으로 빠져들었다. 이 틈에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했고 내전의 최대 피해자인 ‘시리아 난민’을 양산했다.

시리아에서 아랍의 봄이 실패하고 내전이 발생하자 유탄을 맞은 건 터키였다. 시리아 난민 약 300만명이 국경을 넘어 인접국인 터키로 몰려들면서 국가는 혼돈에 휩싸였다. 특히 IS 조직원들이 시리아 난민으로 위장해 터키로 침투하면서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등 대도시에서는 매달 한 번 꼴로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관광수입이 주 수입원이었던 터키 경제는 유럽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으며 침체의 늪에 빠졌고 시리아 난민과 터키 국민 간 사회ㆍ경제적 갈등도 증폭되면서 터키의 미래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다.

매달 한번 꼴로 발생하는 테러

11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중심가인 베야지트 지역의 이스탄불 대학 앞. 나흘 전 발생한 폭탄 테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추모비 주변으로 수많은 장미꽃들과 함께 “테러를 저주한다”고 쓰여진 팻말이 서 있었다. 추모비 옆으로는 “죽지 마세요. 우리의 마음이 아파요” “용사는 죽지 않는다” 등이 적힌 편지와 엽서들도 즐비했고 거리의 건물 곳곳에는 터키 국기가 조기(弔旗)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추모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7일 오전8시38분 경찰버스를 겨냥한 테러는 아침 출근 시간이어서 11명이라는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더구나 유명 관광지인 세계 최대 실내시장 그랜드 바자르와 가까운 번화가여서 피해는 더 컸다. 추모객인 메테한(31)씨는 “테러 현장을 깨끗이 치우고 추모비를 세운 모습을 보니 희생자들의 시신을 화장해 여기에 뿌려놓은 것 같다”고 말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터키 전역에서는 지난해부터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폭탄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 이스탄불에서만 7일 이스탄불 대학가를 포함해 올해 들어 네 번의 테러가 일어났다. 1월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소피아 성당 등이 있는 이스탄불 최대 관광지 술탄아흐메트 광장에서, 3월에는 이스탄불의 ‘명동’인 탁심 광장 근처 이스티크랄 거리에서, 5월에는 한인 선교사 등이 많이 사는 말타페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각각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탄불 대학 여학생인 제이넬(24)씨는 “30분 전에 지나갔던 장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TV에서 본 적도 있다”며 “무섭다고 밖에 안 나갈 수도 없고 테러를 피하는 건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터키에서 분리독립운동을 추진하는 쿠르드족의 소행으로도 보이지만 지난해부터 테러가 급증했다는 점 때문에 터키 당국은 IS를 대다수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5년 전 시리아 난민이 터키로 밀려드는 틈을 타 잠입한 IS 조직원들이 터키까지 세력권을 확대하기 위해 자살폭탄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스티크랄 거리에서 만난 하산(32)씨는 “터키 정부가 5년 전에 시리아 난민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며 “IS가 무분별하게 터키 내로 들어오면서 이제는 막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정부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빈발하는 테러에 관광지는 썰렁

테러 위협이 높아지자 관광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던 터키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날씨가 좋은 3월부터 10월까지가 터키 관광의 최대 성수기이지만 이스탄불 주요 관광지는 대부분 한산했다. 술탄아흐메트 광장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조쉬쿤(45)씨는 “이맘 때쯤 관광객들이 성소피아 성당에 들어가는 입장권을 사려면 1시간 가까이 줄을 서야 했다”며 “지금은 관광객이 없어서 아무도 그럴 필요가 없다”고 푸념했다. 터키 여행사는 올해 관광객이 급감하자 2,500리라(약 100만원)가 넘던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 패키지 상품을 절반 가격인 1,200리라에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외면 받고 있다.

터키 정부는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도시 곳곳에 비밀 경찰을 대거 배치했다. 쇼핑센터가 즐비한 이스티크랄 거리에도 30m 지점마다 무장경찰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 이스티크랄 거리에 있는 데미로렌 백화점의 점원 셰르칸(28)씨는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관광객들 중에서도 10명 중 2명은 사복경찰”이라며 “아이스크림이나 밤, 과자 등을 파는 상인들 중에도 일부는 경찰이 위장한 것이다”고 귀띔해 줬다.

일각에서는 테러가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발생하면서 터키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택시기사 톨가(67)씨는 “소규모 희생자가 발생하면 정부 비판보다는 테러단체에 대한 적개심이 커지기 때문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율 확보 차원에서 테러를 방치해 안보 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폭탄테러가 발생한 터키 이스탄불 탁심 광장 근처의 이스티크랄 거리를 11일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상점 'SIRIN'(시린) 바로 앞에서 폭탄이 터져 관광객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다.
올해 3월 폭탄테러가 발생한 터키 이스탄불 탁심 광장 근처의 이스티크랄 거리를 11일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상점 'SIRIN'(시린) 바로 앞에서 폭탄이 터져 관광객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다.
10일 터키 이즈미르에서 북서쪽에 있는 디킬리 항구의 해안가. 시리아 난민들은 이곳 해변에서 레스보스 섬으로 가기 위한 배를 탄다. 디킬리 항구에서 레스보스 섬까지는 배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비가 삼엄해졌다. 최근에도 시리아 난민 수십명이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려다 경찰에 체포돼 연행됐다.
10일 터키 이즈미르에서 북서쪽에 있는 디킬리 항구의 해안가. 시리아 난민들은 이곳 해변에서 레스보스 섬으로 가기 위한 배를 탄다. 디킬리 항구에서 레스보스 섬까지는 배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비가 삼엄해졌다. 최근에도 시리아 난민 수십명이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려다 경찰에 체포돼 연행됐다.
10일 터키 이즈미르 디킬리 항구에 배들이 정박해 있다. 디킬리 항구는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곳으로 꼽히고 그리스에서 배로 1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아 유럽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올해 초 이 해변으로는 매일 같이 10여구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 시신이 밀려들었다.
10일 터키 이즈미르 디킬리 항구에 배들이 정박해 있다. 디킬리 항구는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곳으로 꼽히고 그리스에서 배로 1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아 유럽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올해 초 이 해변으로는 매일 같이 10여구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 시신이 밀려들었다.

죽음의 도시로 전락한 터키 서부 해안

터키 서부 해안 도시들은 몰려드는 시리아 난민들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유럽으로 가는 길목인 탓에 고무보트를 타고 불법으로 그리스로 넘어가려는 시리아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디킬리, 보두룸, 아이발루 등의 도시에서 배를 타면 그리스 레스보스 섬까지 약 1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10일 찾은 이즈미르 북서쪽에 위치한 디킬리 항구는 겉보기에는 평화스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리아 난민 얘기를 꺼내자 주민들은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하던 디킬리가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셰가(48ㆍ주부)씨는 “시리아 난민이 한창 몰려들던 올해 초에는 익사한 시리아 난민 시신이 하루에도 10여 구씩 디킬리 해변으로 밀려들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날인 9일 새벽에도 구명조끼를 입은 시리아 난민 47명이 디킬리 항구에서 9m짜리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려다 터키 경찰에 적발돼 연행됐다.

그러다 보니 시리아 난민들과 터키 주민들 간의 갈등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터키 주민들은 시리아 난민들이 자신들의 일자리까지 빼앗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공사 인부와 점원 등에서 터키인들은 하루 일당으로 100리라(약 4만원)를 받았으나 시리아 난민들이 20리라의 저임금을 받으면서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디킬리 주민인 하룬(33)씨는 “시리아 난민들과는 절대 함께 살 수 없다”며 “시리아에서 전쟁이 끝나면 그들 모두를 시리아로 반드시 돌려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킬리ㆍ이스탄불(터키)=글ㆍ사진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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