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중일 삼성 감독. /사진=임민환 기자
[대구=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류중일(53) 삼성 감독은 타순을 잘 바꾸지 않는다. 물론 부상이나 긴 슬럼프에 빠진 선수, 타선 침체 등이 나타날 때 라인업에 변화를 주기는 하지만 기본 뼈대는 유지한다. 류 감독은 "개인적으로 1번과 3~5번은 고정적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팀 타선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책임감을 주기 위해 변화를 자제한다"고 밝혔다.
실제 류 감독은 2011년부터 삼성 지휘봉을 잡고 고정된 리드오프와 클린업 트리오로 통합 4연패 및 정규시즌 5년 연속 1위라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구자욱(23)이 리드오프를 맡고, 3번 야마이코 나바로(28ㆍ현 지바 롯데)-4번 최형우(33)-5번 박석민(31)으로 끌고 갔다. 특히 최형우와 박석민은 언제나 4, 5번에 나란히 섰다.
류 감독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면서 최형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최형우를 4번에서 뺀 적이 없다"며 "슬럼프가 와도 그대로 밀어 붙여 중심 타자답게 이겨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1년 이승엽(40)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첫 해 최형우 앞(3번)에 넣었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며 "관중의 박수 소리가 이승엽 타석 때 크게 나오다가 최형우가 뒤에 들어가니 박수 소리는 급격히 줄었다. 그러다 보니까 선수가 위축돼 부진으로 이어졌다. 원인을 파악하고 이승엽을 최형우 뒤(5번)로 내린 이후부터 다시 살아났다"고 덧붙였다.
이제 시간이 흘러 최형우에게 이승엽이라는 이름 석자가 주는 압박감은 사라졌다. 류 감독은 "올해 3번을 치던 구자욱이 허리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뒤 이승엽을 3번으로 올리려고 최형우에게 '괜찮냐'고 물어 보니 아무렇지 않게 '괜찮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최형우는 14일 현재 타율 0.372 15홈런 60타점으로 리그 정상급 4번 타자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타순 고정은 김용희(61) SK 감독의 생각도 같았다. 김 감독은 "가급적 고정 라인업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타순이 고정되면 선수들이 자기 할 일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SK 역시 팀 타선이 전체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어 불가피하게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경우는 중심 타선에 있어야 할 최정(29)과 이재원(28)이 최근 타격 부진으로 하위 타순까지 내려갔다.
대구=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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