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책골’ 풍년이었다.
15일 전국 7개 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7경기 중 무려 4경기에서 자책골이 나왔다. 한 라운드에서 두 번 자책골이 나온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세 번 이상은 처음이다.
자책골 퍼레이드의 포문은 울산 현대 골키퍼 김용대(37)가 열었다. 전남 드래곤즈 김영욱(25)이 전반 3분 강하게 때린 중거리 슛이 김용대 손에 스친 뒤 크로스바를 튕기고 다시 김용대 머리 맞고 골대 안으로 떨어졌다. 골키퍼의 자책골은 이전까지 프로축구 통산 9번 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하다.
이어 수원 삼성 민상기(25)가 전북 현대 원정에서 실수를 했다.
전반 37분 수원 이정수(36)가 걷어낸 볼을 루이스(35)가 가로채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민상기는 문전으로 쇄도하는 이동국(37)을 견제하려다가 그만 자기 발로 아군 골문에 골을 넣고 말았다.
성남FC 황의조(24)도 자책골에 울었다. 포항 스틸러스 원정에서 전반 12분 상대 크로스를 걷어내려다 머리에 맞고 골이 돼버렸다.
마지막은 광주FC 홍준호(23)였다.
FC서울이 빠른 역습을 펼쳤고 아드리아노(29)가 완벽한 일대일 찬스를 맞았다. 아드리아노의 슛을 광주 골키퍼 윤보상(23)이 몸을 날려 막았지만 공은 공교롭게 아드리아노에 바짝 붙어 수비하던 홍준호 몸에 맞고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자책골을 내준 선수들이 너무 상처를 받을 필요는 없다.
자책골은 보통 사력을 다해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2014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뛸 때 두 경기 연속 자책골이라는 비운의 기록을 세운 제주 수비수 이용(27ㆍ알 코르)은 “크로스가 넘어오는 순간 나를 넘어가면 주위의 공격수가 득점하게 되니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발을 뻗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좋은 수비와 자책골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수비수 맞고 밖으로 나가면 칭찬 받고 굴절돼 골문으로 들어가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분명 있는 것이다. 자책골은 열심히 잘 하는 선수에게 가해지는 ‘신의 심술’이라 볼 수도 있다. 이날 클래식 14라운드에서 나온 자책골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경기 중 자책골을 넣은 동료를 비판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 전북은 1-1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이종호(24)의 극적인 결승골로 수원을 2-1로 누르고 8승6무(승점 30)로 선두와 무패 행진을 유지했다. 서울은 광주와 난타전 끝에 3-2 펠레스코어로 승리하며 9승2무3패(승점 29)로 전북에 승점 1 뒤진 2위를 지켰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