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정보 미리 알고 대비”
롯데그룹 측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전문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14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롯데건설이 ‘WPM’이라는 자료삭제 전문 프로그램을 동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WPM은 디가우징과 유사하게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보를 영구적으로 지우는 프로그램이다. 검찰은 WPM을 사용해 자료를 삭제했다는 이 회사 직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압수수색이 실시된 14일 오전 검사와 수사관들이 롯데건설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회사 관계자들이 상당수의 서류 박스를 차량에 싣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올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조직적으로 대비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회사 컴퓨터에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일부 임직원이 외장 하드디스크에 중요 자료를 저장해 보관하고 있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윗선의 지시를 받고 압수수색에 대비해 이같이 자료들을 별도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의 증거인멸은 지난 10일 롯데홈쇼핑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임원들의 금고는 물론 책상 서랍까지 텅 비어 있었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하고 사본을 집이나 물류창고에 보관하다 적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16개 계열사에 대한 두 번의 압수수색 실시 결과 5,6개 계열사에서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나타났다”며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고 말했다.
롯데 측의 증거인멸은 정운호(51ㆍ구속)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와 관련해 신영자(74) 롯데복지ㆍ장학재단 이사장이 거론된 때부터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10일 신 이사장의 로비 창구로 사용된 의혹을 받고 있는 B사의 대표 이모씨를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10일 롯데그룹 계열사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2일 B사가 수사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롯데도 그룹 차원에서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첩보가 접수돼 더 이상 늦춰서는 수사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해 압수수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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