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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트럼프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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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트럼프 사면초가

입력
2016.06.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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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맨체스터에서 국가안보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맨체스터에서 국가안보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워싱턴 정가가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발언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까지 등을 돌리며 트럼프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올랜도 총격 참사의 수사 결과를 보고 받기 위해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한 후 트럼프를 향해 공세를 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가 모든 무슬림의 미국 이민을 금지하자고 주장한다”며 “미국이 큰 붓으로 무슬림을 테러범으로 색칠하는 덫에 빠진다면 이는 우리가 자처해 테러리스트들을 돕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공세는 트럼프가 전날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연설에서 ‘급진 이슬람’ 용어 사용을 피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하며 무슬림 입국 금지를 주장한 데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급진 이슬람이라는 말이 마술이라도 되는가. 트위터나 하고 케이블 TV 뉴스쇼에 나오는 정치인들이 짖어대는 말이란”이라며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트럼프 지지 여부를 두고 입장 표명을 미뤄 온 폴 라이언 하원의장 역시 트럼프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라이언 의장은 이날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국에 들어오는 이들은 철저한 보안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종교 심사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급진적 이슬람교도와 일반 이슬람교도를 구분한 라이언 의장은 “전세계 대부분 무슬림은 온건하고 평화로운 사람들이며, 급진 이슬람 테러와의 싸움에 있어 우리와 최고의 동맹”이라고 밝혔다.

라이언 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의 반(反)이민 움직임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잠잠했던 당과 트럼프 사이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트럼프의 멕시코계 연방판사 비난 발언이 일으킨 파장이 채 가라앉기도 전이어서 트럼프의 대선 가도가 상당히 불투명해졌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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